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워싱턴/AP 연합뉴스
한국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앞서 서울로 향하는 기내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미 국방부가 13일(현지시각) 배포한 발언록을 보면, 에스퍼 장관은 한국행 비행기에서 기자들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현재의 5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자 “나는 숫자를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우리는 배치된 군대의 방위비 분담에서 상당한 증액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4일 열리는 한-미 군사위원회(MCM)와 15일 안보협의회(SCM) 참석에 앞서, 미 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나는 아시아, 유럽, 다른 곳에 있는 우리의 동맹들에게 자신들의 방어를 위해 더 큰 기여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며 “모든 동맹에게 전달한 것과 똑같은 메시지를 한국에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가 한국 뿐 아니라 유럽 등지의 다른 동맹국에게 공통적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에스퍼 장관은 23일 0시 종료 예정인 지소미아에 관해 서울에서의 협의에서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 메시지는 매우 분명할 것이다. 몇달 전에도 전달했듯이, 그것은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종류의 북한 행동에 관해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동료 장관들에게 이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북한의 나쁜 행동을 억제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처할지에 초점을 맞추자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논쟁에서 지금 당장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 문제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낙관적인 사람이다. 그러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에스퍼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조정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면서 올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한 데 대한 질문에 “어떤 외국이나 지도자가 말할 때 나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것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러나 국방부의 임무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충돌을 억지하고 싸워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교가 계속되게 할 필요가 있다. 전진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은 정치적 합의를 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병력 감축이나 군사 훈련 축소와 같은 조정이 필요 없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에스퍼 장관은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외교가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다라 더 많게든 더 적게든 훈련 태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가 연습이나 훈련 같은 것들을 늘리든지, 축소하든지 조정을 검토할 때 한국의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서 하길 희망한다”며 “이는 북한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외교의 문이 열려 있도록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앞으로 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려 하는 모습이다.
에스퍼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관한 질문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내가 말했던 것은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매우 면밀하게 주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잉반응을 하거나 예를 들어 외교의 문을 닫을 수 있는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그 입장 그대로라고 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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