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조건부 연기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일제히 환영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의 여야 지도부는 22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내어 “우리는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에 관한 어렵지만 현명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고무됐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공화당의 제임스 리시 외교위원장과 제임스 인호프 군사위원장, 민주당의 외교위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 군사위 간사인 잭 리드 의원 등이 동참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공유 협정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동맹 및 양자 간 협력에 대단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외교적, 경제적, 역사적 현안들을 다루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발전시켜 나가는 동안, 그들은 미국을 동맹이자 파트너, 우방으로서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도 성명을 내어 “자유 진영은 평양의 미치광이와 그의 핵 야욕을 주시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야 한다”며 “이번 발표는 반가운 소식으로, 역내 안정을 촉진하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행동에 책임을 물으려는 한국과 일본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도 성명에서 “나는 한-일 간 지소미아를 지속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결정은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문 대통령 두 사람의 용기 있는 리더십에 따른 것으로, 나는 동북아시아 지역 내 우리의 공통된 안보에 이득이 될 중요한 협정을 유지하기로 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 결정에 대한 <한겨레>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지소미아를 갱신(renew)한다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 결정은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이 양자 분쟁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일이 역사적 사안들에 지속성 있는 해결책을 보장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을 권장한다”며 “미국은 한-일 관계의 다른 영역으로부터 방위·안보 사안이 분리돼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공유하는 지역적, 국제적 도전을 고려하면 3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들은 시의적절하고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공동의 이익에 대한 인식 아래 한-일과 양자 및 3자 안보협력을 계속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는 또 “우리는 이들 핵심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일본 나고야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일 대표단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는 지난 8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11월22일 종료’ 방침을 발표하자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하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결정 번복을 촉구해왔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일 3각 동맹을 해치고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강조해왔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국의 결정을 반겼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한국이 지소미아에 관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며 “한국이 마지막 순간에 지소미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과 함께 양국이 전향적인 신중한 외교를 펼칠 기회를 제공하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대중 정서보다 우선시한 데 대해 칭찬받아야 한다”며 “한국의 결정은 북한의 공동 위협에 직면한 이들 국가 사이에서 강력한 조율을 유지할 필요성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대해 “단순히 (국장급) 회담 참석을 넘어 최근 한국에 부과한 수출규제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에 따라 한-미 관계는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는 상황은 피하고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의 다른 현안들은 지소미아와 별개로 팽팽한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1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미 동맹의 갱신(renewal)”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전했다. 미국이 동맹과의 관계에서 ‘더 높은 금전적 기여’에 무게를 두겠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움직이고 있어, 협상이 험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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