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타결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함으로써 미국이 15일로 예고했던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21개월째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이 잠정적인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블룸버그>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소집한 무역정책 관련 참모진 회의에서 전달받은 1단계 무역합의를 승인했다. 미·중은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상태에서 관련 내용 문서화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1단계 합의 뼈대는 크게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첫째, 중국은 내년에 미국산 농산물 5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전인 2017년 수입액(240억달러)의 2배가 넘는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추가 조처도 약속했다.
둘째, 미국은 15일로 예고했던 1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신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기존에 부과했던 관세(2500억달러 규모 25%, 1100억달러 규모 15%)도 최대 절반까지 낮추기로 했다. 미·중은 환율 조작을 하지 않기로 공동 합의했다. 또한 합의안에는 중국이 농산물 수입 약속을 어기면 곧바로 기존 관세를 재부과하는 이른바 ‘스냅 백’ 조항도 포함됐다.
셋째, 값싼 전기료부터 저리 대출에 이르는 직간접 보조금 제도 등 미국이 근본적인 문제로 삼아온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발전 전략에 대해선 향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이 ‘스몰 딜’ 수준에서나마 봉합에 합의한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층인 중서부 농민들의 표심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신규 관세 부과 대상이 아이폰과 장난감 등 주로 소비재 품목인 탓에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두고 소비자물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경기 하강 압박이 커진데다, 홍콩 시위 등으로 내치까지 불안정해져 최소 수준이라도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1단계 휴전 합의 이후 추가 협상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2단계 협상부터는 해외기업에 대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나 국가 주도의 중국 경제발전 전략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 등 더욱 어려운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데릭 시저스 선임연구원은 “의미 있는 2단계는 없을 것이란 데 상당히 강한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에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13일 코스피는 1.54%(32.90) 오른 2170.25로 장을 마쳤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도 1.78% 상승했고, 일본 닛케이지수(2.55%)는 2% 넘게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원 급락(원화가치 급등)한 달러당 1171.7원으로 마감됐다. 앞서 1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86%)와 나스닥(0.73%)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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