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토론이 열릴 예정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미디어센터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18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왼쪽 얼굴)의 모습이 잡혔다. 라스베이거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달 시작한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위 자리를 굳히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그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승세 속에 19일(현지시각) 첫 텔레비전 합동토론에 등판할 예정이어서, 민주당 안팎의 시선을 한몸에 끌어당기고 있다.
미 공영방송인 <엔피아르>(NPR)와 <피비에스>(PBS),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13~16일 실시해 18일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31%로 1위를 기록했고, 블룸버그가 12%포인트 낮은 19%로 2위를 차지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5%로 3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2%로 4위에 그쳤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각각 9%, 8%로 뒤를 이었다.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2월3일)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2월11일) 이후 전국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민주당 경선의 특징은 ‘샌더스의 1위 약진’, ‘블룸버그의 2위 맹추격’, ‘바이든의 추락’이다. 아이오와·뉴햄프셔에서 보인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기세는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엔비시>(NBC)와 <월스트리트 저널>이 14~17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샌더스가 27%로 1위에 올랐고, 바이든(15%), 블룸버그(14%), 워런(14%), 부티지지(13%)가 2위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까지의 바이든-샌더스-워런 3강 구도가 크게 바뀐 것이다.
급상승세를 탄 블룸버그는 19일 밤 9시(미 동부시각 기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민주당 대선 주자 텔레비전 합동토론 무대에 처음 오른다. 지난달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토론 참가 자격 조건에서 ‘후원자 수’ 조건을 없애고 ‘전국 지지도 10% 이상 네 차례’만 충족하면 되도록 문턱을 낮춘 데 따른 것이다. 후원금을 받지 않고 사재만으로 경선을 치르고 있는 억만장자 블룸버그에게 문을 열어 준 것이다.
블룸버그는 ‘진보 주자’인 샌더스와 각을 세우는 한편, ‘중도 대표’ 자리를 놓고 바이든, 부티지지, 클로버샤 등의 견제를 받고 있어 토론에서 협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권 정치 논란과 뉴욕시장 시절 소수 인종 차별 논란을 낳은 불심검문 정책, 여성 차별 의혹 등이 공격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토론 참여는 그의 부(재산)가 보호해줄 수 없는 ‘그 자신’이라는 취약점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토론을 하루 앞두고 선제적 조처들을 취했다. 그는 0.1%의 금융 거래세를 도입하고 은행의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볼커 룰’을 강화하는 등 월스트리트를 규제하는 공약을 내놨다. 진보 색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또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자신이 소유한 블룸버그통신을 매각해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아들들에게 트럼프 재단을 맡겨 호텔 사업 등에서 이윤활동을 하도록 해 이해충돌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에 “‘미니 마이크’는 돈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캠프에 참가하고 지지하도록 돈을 여기저기 뿌리고 있다. 그걸 뇌물이라고 부르지 않나?”라며 블룸버그에 견제구를 날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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