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루 앞두고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을 또 언급하면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이례적이고 노골적인 압박을 계속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4일 오후 워싱턴 인근 알링턴의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에서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두 장관이 이 회담에서 △지역 안보환경 △대북 정책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를 포함한 여러가지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가 보도자료의 첫 문단이다. 국방부는 특이하게도 나머지 4개 문단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할애해, 한국에 증액을 압박했다.
국방부는 이 특별협정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면서,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군사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의 대부분은 한국 경제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차 특별협정에 따른 자금 지원은 지난해 12월31일로 끝났다면서, “그 이후 주한미군은 새 특별협정 합의가 없는 가운데 한국인 노동자의 봉급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자금을 편성해 작전의 연속성을 가능하도록 하는 추가적 조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한국 국방에 헌신하는 미군 지원을 실질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이 자금은 오는 3월31일 소진된다”며 “포괄적인 새 특별협정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4월1일부로 한국인 노동자 대부분의 무급휴직과 상당수 건설·군수지원 활동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다만 생명, 건강, 안전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봉급에 필요한 자금은 지원하겠다며, 한국인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나머지 다른 서비스들은 질서있고 신중한 방식으로 중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무급휴직은 한국이 좀더 공정한 특별협정에 합의한다면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미국은 공정하고 공평한 비용을 분담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할,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를 협상할 의지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방위비분담 협상은 두 나라의 외교부(국무부)가 총괄해 별도의 대표단을 통해 진행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처럼 ‘장외’ 압박을 노골적으로 가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9일 방위비 분담 협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4월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고 사전 통보했다. 또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가 명백히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6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에스퍼 장관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한국은 딸린 식구가 아니라 동맹’이라는 제목의 공동기고를 실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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