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31일 홍콩섬 완차이 지역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속에 열린 반송중 집회에서 리척얀 홍콩직공회연맹 비서장이 캐리람 행정장관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홍콩/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홍콩 경찰이 지난해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시민사회 원로급 인사 3명 전격 체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사회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안 당국의 민주화 진영 탄압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홍콩 프리프레스>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경찰은 이날 아침 반중 성향의 <빈과일보> 사주인 언론인 지미 라이(71)와 노동당 소속 입법위원을 지낸 리척얀(63) 홍콩직공회연맹 비서장,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융섬(72) 전 주석 등 3명을 각각 자택에서 체포해 경찰서로 연행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세사람 모두 경찰 조사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 당국자는 이들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지난해 8월31일 홍콩섬 완차이에서 벌어진 불법 집회에 참석한 혐의로 63살에서 72살까지 남성 3명을 체포했다”며 “이들은 공공질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며, 홍콩 동부법원에 5월5일 출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공질서법은 3명 또는 그 이상이 타인에게 공포를 조장할 의도로 위력을 사용해 질서를 해치면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홍콩 경찰은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예고했던 지난해 8월31일 반송중 집회를 불허했다. 또 집회가 예고된 전날 조슈아웡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가와 야당 입법의원 등 6명을 전격 체포하면서 시민사회의 반발을 부른 바 있다.
당시 민간인권전선 쪽은 경찰의 불허 통보에 따라 집회 취소를 결정했지만, 홍콩 시민 수십만명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 행정장관 직선제와 경찰 폭력 진상 규명 등을 촉구했다. 이날 경찰은 카오룽섬 프린스에드워드 지하철역에 정차 중인 전동차 안에까지 들어가 최루액을 뿌리고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며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시민 등 60여명을 체포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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