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는 11일 자신과 아내 리타 윌슨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7월 런던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당시의 모습. 런던/AFP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전세계의 일상적 풍경이 크게 뒤틀리고 있다. 미국 도시 한 복판에서 주 방위군이 방역 작업을 펼치고 구호식품을 나눠주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이탈리아에선 밤늦도록 떠들썩한 모임이 이뤄지던 술집·식당들이 전부 문을 닫게 됐다. 또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배우 톰 행크스 부부마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코로나19 감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두려움이 사람들을 움츠려들게 하고 있다.
스테퍼니 그리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각)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의 조처의 일환”으로 “이번주에 계획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콜로라도주와 네바다주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선 도전을 앞두고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우려 누르기에만 집중했던 트럼프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이날 미국에선 미국프로농구(NBA) 유타 재즈 소속 뤼디 고베르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경기가 시작 35분 전 급작스럽게 취소되기도 했다. 국립보건원(NIH)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무관중 경기를 권고한 바로 그날 선수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엔비에이 사무국은 아예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리그 일정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이 11일(현지시각) 경기 잠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이날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골든1 센터에서 열리기로 했던 뉴올리언즈 펠리컨스와 새크라멘토 킹스의 경기가 시작 직전 취소되면서 경기장 객석이 텅비어 있다. 새크라멘토/AP 연합뉴스
고베르는 엔비에이 사무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취재 지침을 시행한 첫날인 지난 10일, 기자회견 직후 코로나19 공포 확산이 과하다는 듯, 단상에 마련된 마이크와 취재진 녹음기를 일부러 손으로 만졌는데, 바로 다음날 그 자신이 확진자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같은 날, 영화 제작차 오스트레일리아에 머물고 있던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 부부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트위터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감기에 걸린 것처럼 약간 피곤하고 몸살 증세도 좀 있다”며 “공중보건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만큼 격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이날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가 23곳으로 늘어나면서 보건당국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 워싱턴주는 킹카운티, 스노호미시카운티, 피어스카운티 등 3개 카운티에서 스포츠 행사나 콘서트, 기타 문화 행사 등 250명 이상이 모이는 모든 집회가 금지됐고, 수도 워싱턴에선 보건국이 필수적이지 않은 “특정 장소에 1천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 등 대규모 집회와 콘퍼런스 등을 5월31일까지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특히 뉴욕주의 경우, 전체 확진자 가운데 절반 이상(113명)이 나온 뉴 로셸 지역에 12일부터 주 방위군이 투입된다. 투입되는 주 방위군은 시설에 대한 소독작업을 벌이는 한편, 자가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식량 등 구호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월트디즈니텔레비전>과 <엔비시>(NBC) <시비에스>(CBS) 등은 뉴욕시의 지침에 따라, 토크쇼 등 일부 프로그램을 당분간 방청객 없이 촬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 정부는 최악의 경우 수십만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하기도 했다.
확진자 수가 1만2462명(사망자 827명)에 달하는 이탈리아에선 전국적 이동 제한령 속 실외 활동 등이 전면 중단되면서 더한 살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소 2주간 식품 판매점과 약국 등 생필품 판매업소를 제외한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로마 시내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으며, 퇴근하는 이들로 붐벼야 할 버스도 텅 빈 상태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미화원들이 소독 작업하는 모습이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는 급기야 소규모 국경 검문소 9곳을 폐쇄하는 등 국경 통제 강화에 나섰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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