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5일 워싱턴의 <시엔엔>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77) 전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17일 실시된 경선(프라이머리)에서 3개 주를 모두 휩쓸며 완승했다. 지난 2월 말 이후 4연승으로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과의 격차를 계속 벌린 바이든은 이날로 사실상 대선 후보 지명을 눈앞에 두게 됐다. 11월3일 미 대선은 ‘트럼프 대 바이든’ 대결이 확실시된다.
바이든은 이날 플로리다주, 일리노이주, 애리조나주를 모두 석권했다. 오하이오주도 경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전날 전격적으로 취소됐다. 이날 경선지들 가운데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대의원이 가장 많이 걸린 플로리다주(219명)에서 바이든은 99% 개표 상황에서 62%를 득표해, 23%에 그친 샌더스를 크게 이겼다. 일리노이주(대의원 155명)는 99% 개표 기준으로 바이든이 59%, 샌더스가 36% 득표했다. 애리조나주(대의원 67명)도 88% 개표 상황에서 바이든이 44%로, 샌더스(32%)를 눌렀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려면 1991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바이든은 이날 최소 249명을 추가해 1147명을 넘겼다. 샌더스는 116명 이상을 추가해 누적 대의원 861명 이상을 확보했다. 이날까지 전체 대의원 중 58%(2305명)의 향배가 정해졌다. <에이피>(AP)는 매직넘버(1991명)를 달성하기 위해 바이든은 앞으로 6월까지 남은 대의원들의 46.8%만 확보하면 되는 반면, 샌더스는 62.7%를 득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책사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위터에 “2008년 이 무렵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대의원 100명 정도를 앞섰다. 오늘 밤, 바이든은 그 세 배를 앞선다”며 “경선은 끝났다. 그게 샌더스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적었다.
바이든은 이날도 고령층과 중도 성향, 흑인 투표자들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승리했다. 코로나19 사태 또한 바이든에게 기회로 작용한 걸로 보인다. <시엔엔>(CNN)은 사전 여론조사 결과, 이들 3개 주 투표자들의 60~70%가 코로나19와 같은 중대 위기 상황을 다루는 것에 샌더스보다 바이든을 신뢰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대세를 굳힌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로 시선을 옮긴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은 이날 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한 연설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민주당, 공화당을 가리지 않는다”며 “우리는 정치를 옆으로 밀어두고 미국인으로서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민 의료보험 등 샌더스의 진보적 정책을 지지하는 젊은 층을 향해서도 “내가 당신들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 무엇이 위태로운지, 무얼 해야 하는지 안다”며 당과 국가의 통합을 강조했다.
2016년 경선 패배에 이어 재도전을 벌이고 있는 샌더스는 이날 밤 경선 결과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의 압승이 샌더스 캠페인의 생존 능력에 의문을 더 키웠다”고 짚었다. 미국 사회의 관심이 코로나19 사태에 집중돼 있어, 샌더스는 언론 노출 등을 통한 반전을 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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