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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코로나 퇴치에 밀려…말라리아 사망자 76만명 이를 듯

등록 2020-04-26 18:52수정 2020-04-27 02:32

WHO, 세계 말라리아 날 맞아 “20년 전으로 회귀” 우려
말라위 남부 토말리의 주민과 아이들이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각) 말라리아 예방 백신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3일 코로라19 대응에 집중한 새 말라리아 사망자가 예상보다 2배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말리/ AP 연합뉴스
말라위 남부 토말리의 주민과 아이들이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각) 말라리아 예방 백신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3일 코로라19 대응에 집중한 새 말라리아 사망자가 예상보다 2배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말리/ AP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관심과 예산, 약품 공급이 줄면서 말라리아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두 배나 폭증하리란 전망이 나왔다. 2020년 한 해 최대 76만9천여명으로 추산되는데, 애초 예측치는 38만명이었다. 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 20만여명(25일 기준)의 4배 가까운 목숨이 말라리아로 희생될 위기에 놓였다.

‘세계 말라리아의 날’(4월25일)을 이틀 앞둔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서비스 혼란이 말라리아에 미칠 잠재적 충격’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 방역 역량이 코로나19에 집중된 사이, 아프리카 등에서 말라리아 사망자가 당초 예상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드로 알론소 세계보건기구 말라리아 프로그램 국장은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 역량의 80%가 코로나 대유행을 막는 데 쓰인다”며 “(말라리아 상황은) 20년 전으로 돌아갈 위험에 놓였다”고 말했다. 알론소 국장이 말한 20년 전(2000년) 말라리아 사망자 수는 88만2천명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구촌 전체가 공포에 빠져 있지만, 해마다 40만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숨진다. 세계보건기구 통계를 보면, 2018년 2억28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40만5천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38만명이 아프리카에서 나왔고, 5살 이하 사망자도 27만2천명이었다. 말라리아 사망자 수는 2000년 이후 꾸준히 줄어 2013년 40만명대로 내려왔고, 올해 30만명대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말라리아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지원이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보건 역량과 예산을 집중하고 있어 말라리아 지원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말라리아를 ‘퇴치’하려면 한 해 예산이 50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본다. 사망자가 40만5천명이었던 2018년 예산은 27억달러인데, 올해는 그마저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기준 말라리아 기부 1·3위인 미국(10억달러)과 영국(2억달러)이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것도 우려를 키운다.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미국에서는 최소 13개주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1천만정 이상의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확보해 놓고 있다. AP 연합뉴스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미국에서는 최소 13개주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1천만정 이상의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확보해 놓고 있다. AP 연합뉴스

어려움은 또 있다. 말라리아약의 일종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 탓에 약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약의 효능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다. 미 식품의약국(FDA) 등 각국 보건당국이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만 최소 13개주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1천만정 이상의 클로로퀸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군도 최근 중국으로부터 클로로퀸을 확보했다. 클로로퀸의 주 생산국인 인도와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생산이 원활하지 않고, 인도는 이 약의 대외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코로나19보다 말라리아 피해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2016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가 창궐하던 때도 이 지역엔 에볼라보다 말라리아 사망자가 더 많은 나라들이 있었다. 기니에서는 2014년 에볼라 사망자가 2543명이었지만 말라리아 사망자는 5600여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방역 예산이 에볼라에 집중되고 에볼라 감염 위험 탓에 환자들이 병원에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디소 모에티 세계보건기구 아프리카 국장은 “올해는 그 당시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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