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령으로 한산한 영국 런던 거리. AP 연합뉴스
코로나19 사망자 수 세계 2위인 영국에서, 코로나19 대응 조직의 핵심 과학자가 ‘봉쇄령’을 어기고 여자친구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 이 과학자는 코로나19 사태 초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해 국내외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한국의 방역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5일(현지시각) 닐 퍼거슨(51) 임페리얼 칼리지 감염병학 교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무시하고 애인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정부 자문위원 자리를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감염병 분야 세계적 석학인 그는 영국 정부가 꾸린 ‘비상사태 과학자문단(SAGE)’의 일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 조처가 없으면 약 25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런 우려를 받아들여 3월23일 광범위한 봉쇄 조치를 취했다.
<텔레그래프> 등 보도를 보면, 퍼거슨 교수의 ‘기혼’ 여자친구는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3월30일과 지난달 8일 등 적어도 두 차례 런던 남부 자택에서 퍼거슨 교수의 집으로 이동했다. 영국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봉쇄 조처를 취해 도시 간 이동을 금지하던 때다. 게다가 퍼거슨 교수는 3월 중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2주 동안 자가격리를 마친 직후였다.
퍼거슨 교수는 “내 판단과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비상사태 과학자문단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의 메시지를 훼손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의 명확한 지침은 우리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코틀랜드 최고의료책임자인 캐서린 칼더우드 박사가 본인 자택이 있는 에든버러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별장에 두 차례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7일 사임했다.
한편, 영국 보건부는 지난 4일 오후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만9427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이탈리아 사망자 2만9315명을 넘어선 것으로, 영국은 미국(7만2271명) 다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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