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의 베이비 파우더 제품.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탈크(활석) 성분이 든 베이비파우더의 판매를 중단한다. 이 제품이 암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미국 등에서 1만여 건의 소송이 제기돼 있다. 한국에서는 계속 판매된다.
미 <시엔비시>(CNBC)는 존슨앤드존슨이 19일 “소송 공세가 지속되고 제품 안전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의 제품 구매가 감소했다”며 판매 중단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판매가 중단되는 지역은 캐나다와 미국에 한정되며, 재고 소진 때까지 판매가 이뤄진다. 탈크가 아닌 옥수수전분 성분으로 만든 제품은 계속 판매된다.
이 제품은 원료인 탈크 성분이 영유아와 여성들에게 피부암과 난소암 등을 유발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 회사는 베이비파우더의 탈크 성분이 발암물질인 석면에 오염됐다고 주장하는 소비자 소송 1만6천여건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이 존슨앤드존슨의 온라인 판매 제품에서 미량의 석면을 발견하면서, 존슨앤드존슨은 약 3만3천병의 베이비 파우더를 회수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석면 오염은 탈크 채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소송 과정에서 회사 쪽이 최소 50년 동안 탈크에 석면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우려해 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석면과 암의 연관성은 1958년 알려졌다.
재판 결과도 여러 건 나왔다. 2018년 미주리주에서는 존슨앤드존슨이 피해자 22명에게 47억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이 제품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주장한 여성에게 30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회사가 이긴 판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존슨앤드존슨은 판결이 나올 때마다 탈크 성분은 암과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번 판매 중단 조처도 위험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 때문에 판매가 줄어든 것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베이비파우더는 존슨앤드존슨 미국 매출의 0.5%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존슨앤드존슨의 탈크 성분 베이비파우더가 판매된다. 한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 국내 일부 소비자가 ’발암 위험 여부’를 묻자, 판매자는 “석면이 사용되지 않은 정제된 탈크를 쓴다”고 답변했다. 탈크의 원산지를 묻자, 태국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09년 국내 업체들이 만든 탈크 성분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생산이 중단되고 대규모 소송 사태가 발생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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