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현지 신문에 소개된 쿠마리와 아버지의 귀향 기사. 인도사이클연맹 페이스북 갈무리
인도의 15살 소녀가 코로나19 여파로 일거리가 끊기자, 다친 아버지를 자전거에 태우고 1200㎞를 달려 고향으로 돌아갔다. 소녀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각) <타임스오브인디아>와 <가디언> 등 보도를 보면, 인도 뉴델리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던 15살 소녀 조티 쿠마리는 지난 3월 1200㎞ 떨어진 고향 다르방가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코로나19 봉쇄 속에 전동 릭샤(삼륜차)를 몰던 아버지의 일거리가 없어지면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다리를 다친 아버지는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결국 쿠마리는 자전거를 한 대 사서, 아버지를 뒤에 태우고 열흘 동안 달려 고향 마을에 돌아갔다. 하루 120㎞씩 달린 셈이다. 쿠마리는 평소 학교에 가기 위해 날마다 5㎞씩 자전거를 탔다고 한다.
인도 뉴델리에서 다르방가까지의 대략적 거리. 총 983㎞로 걸어서 199시간 걸린다고 나온다. 구글 지도 갈무리.
부녀는 여정 도중 낯선 사람들이 주는 음식과 물을 먹었다. 한 차례 자전거를 트럭에 태우는 도움을 받기도 했다. 쿠마리는 “힘든 여정이었다”며 “날씨가 너무 더웠지만,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내 맘 속에는 단 한 가지 목적, 집에 가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쿠마리의 사이클 실력에 인도사이클연맹도 관심을 보여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쿠마리는 코로나 봉쇄령이 종료되는 대로, 사이클 연맹의 시험을 볼 계획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는 트위터에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위업”이라고 썼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지난 23일(현지시각) 15살 인도 소녀 조티 쿠마리(오른쪽)와 그의 아버지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다르방가/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