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당뇨 노인 보호 관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제정하려는 것과 관련해 이번 주 안에 뭔가 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 조처를 예고했다. 중국은 오는 28일 홍콩 보안법 제정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최근 코로나19 책임론과 화웨이 제재 등으로 악화된 미-중 갈등이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당뇨병 노인 보호 관련 행사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질문이 이르다”면서도 “우리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 여러분은 그게 매우 흥미롭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오늘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앞으로 며칠 사이에 말할 것이다.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제재를 포함하는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이번 주 안으로, 매우 강력하게 듣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는 중국이 28일 홍콩 의회를 우회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중국에 강력한 대응 조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미 재무부가 홍콩 탄압을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국 관리와 기업의 거래를 통제하고 자산을 동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홍콩의 국가안보 영역과 판단을 장악하려 한 것은 실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비롯한 문제들로 중국에 몹시 “짜증”이 나서 미-중 무역합의가 그에게 그 전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지난 1월 서명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파기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미국은 홍콩 보안법이 홍콩의 자치권과 시민의 자유·인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중국에 이 법 제정 추진에 반대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어 “이 결정(보안법 제정)은 중국 정부가 홍콩에 약속한 고도의 자치권에 대한 종말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6일 오전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에게 홍콩 보안법 제정 추진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중국이 홍콩을 장악한다면 홍콩이 어떻게 금융 허브로 남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매커내니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지위를 인정해 무역·관세·투자·비자 등에서 혜택을 부여해왔다. 미국은 지난해에는 홍콩인권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에 근거해 홍콩의 자치권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면 혜택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최근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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