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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중 극한대결이 되레 홍콩보안법을 불렀다

등록 2020-05-27 19:25수정 2020-05-28 10:56

[뉴스분석] 강대국 정치 ‘제물’ 된 홍콩
중, 코로나 틈타 국제현안 강경책
대미 갈등격화 불가피한 상황서
홍콩보안법 강행할 적기로 판단
트럼프는 ‘중국 때리기’ 대선 활용
홍콩 시민들이 27일 시위 진압 경찰이 쏜 고추 스프레이를 우산으로 막으며 도망가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27일 시위 진압 경찰이 쏜 고추 스프레이를 우산으로 막으며 도망가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결정적인 변곡점’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전쟁,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싼 책임 전가 등으로 차곡차곡 쌓여온 양국의 대결 에너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계기로 폭발할 조짐이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을 강행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극적으로 강화하고, 미국은 중국에 제재를 가해 대결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중국 침략’ 상징이 된 홍콩은, 다시 강대국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제물’이 될 처지다. 미·중 모두 지금 시점에서 대결이 불가피하고, 불리할 것도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발은 지난해 홍콩의 반중 시위를 잠재웠고, 모든 나라가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중국은 이 위기를 틈타 나라 안팎에서 해묵은 현안에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3일 중국은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주변에서 해안경비대 함정을 동원해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켰다. 지난 5일 중국과 인도가 분할 통제하고 있는 라다크 판공호수 일대에서 양국 군대가 육박전을 벌였다. 9일에도 인도 북동부 시킴 지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적으로 주목을 끌 사안들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속에 묻혔다.

4월 이후 홍콩의 상황은 중국의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4월8일 81살의 홍콩 민주당 창당자인 마틴 리와 14명의 민주화 활동가들이 체포됐다. 마틴 리는 40년간 한 번도 체포당한 적이 없다. 지난 1월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의 대표에 임명된 시진핑 주석의 측근 뤄후이닝은 마틴 리 등의 체포 전 이미 문제의 홍콩 보안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둘째, 격화되는 미-중 대결의 불가피성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대결의 에너지는 응축된 상태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결 격화를 피할 수 없다면, 차제에 홍콩 보안법 하나를 더 상에 올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중국으로서는 오히려 지금이 홍콩 통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보안법 제정의 ‘적기’라 할 수 있다. 미국을 향한 벼랑 끝 전술이 미국 내 대중 여론을 분열시키고, 협상에 유리한 입지를 만들 여지도 있다.

셋째,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대선 전략 때문이다. 애초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중국한테 양보를 받아낸 무역협정을 선전하려 했다. 트럼프가 3월27일까지도 트위터에서 “우리는 (중국과) 함께 밀접히 일하고 있다. 많은 존경을!”이라고 밝힌 이유다. 그러다 태도가 돌변했다. 코로나19 늑장 대응과 방역 실패로 미국이 최대 확산국이 되면서부터다. 코로나19 봉쇄로 경제가 멈추자, 미국이 무역협상으로 중국에서 얻을 경제적 혜택도 정지됐다.

트럼프는 곧 익숙한 행태로 돌아갔다. 지난번 대선에서는 멕시코를 희생양 삼았는데, 이번에는 중국이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했고, 중국이 이를 은폐했으며, 이로 인한 미국의 손해를 중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홍콩 보안법은 이미 타오르던 불에 기름을 부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2일 중국의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자치에 “죽음의 조종이 될 것”이고 “일국양제 및 홍콩의 지위에 대한 우리의 평가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이 1992년부터 홍콩 관련법에 따라, 홍콩의 자치에 기초해 부여해온 관세면제 등 특별교역혜택을 정지하겠다는 경고다.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릴라…중, 홍콩 통제권 강화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해 대륙을 석권한 1949년 자신들이 내건 반제·반식민주의의 상징인 영국령 홍콩 앞에서 진군을 멈췄다. 저우언라이가 말했던 ‘서방으로의 창’으로 홍콩을 남겨, 중국과 바깥 세계의 통로로 이용하려는 의도였다. 반환이 합의된 뒤에도 홍콩을 중국 개혁개방의 훌륭한 창구로 활용했다.

홍콩 주민의 90%가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으로 생각한다. 홍콩은 이제 중국에 ‘동방의 진주’가 아니라 ‘하나의 중국’을 위협하는 교두보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으로 표현되는 ‘핵심이익’보다 홍콩을 우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홍콩 민주화를 촉구하지만, 정작 영국은 홍콩 반환을 합의한 1984년이 돼서야 홍콩 민주화를 운운했다. 고작 18석의 입법의원만 직선으로 뽑는 개혁만으로 그쳤고, 민주화 숙제를 중국에 떠넘겼다. 미국 역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압력을 넣을 때만 홍콩을 거론할 뿐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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