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현지시각) 바티칸 정원에서 기도회를 이끌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현지시각)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무기 개발에 들이는 자금을 새로운 감염병 예방 연구에 활용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정원에서 진행한 기도회에서 “성모님께서 (지도자들의) 양심을 움직여 무기를 더 많이 보유하고 완벽하게 만드는 데 들이는 돈을 참사를 예방하는 연구를 촉진하는 데 사용하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병원이 환자 방문을 막을 수밖에 없는 가운데 많은 코로나19 감염자들이 홀로 숨진 걸 지적하며 “영혼에 상처를 입는 방식으로 땅에 묻히기도 했다”고 애도했다. 교황은 또 “하느님께서 과학계에 종사하는 남성과 여성의 정신에 광명을 비추사, 이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할 해법을 찾아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황은 앞서 지난 3일 국제 사회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협력하고 이 협력을 통해 개발된 백신을 전세계와 공유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이날 기도회에는 의사, 간호사, 구급차 운전사 등 이탈리아의 의료진과 코로나19 감염증을 앓고 회복한 이들 등 130여명이 참여했으며, 전세계 50여곳의 성당에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날 발언은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에도 강대국들이 군비 경쟁에 나설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지난 22일 러시아가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 정찰 비행을 허용하는 항공자유화조약을 어겼다며 이 조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마찰에 따른 군사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교황은 또 성령강림절(부활절 뒤 7번째 일요일)에 즈음해 스페인어로 발표한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유행병이 끝나고 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빈곤의 유행병을 끝내기 위한 행동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교황은 31일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오후엔 성베드로 광장을 굽어보는 사도궁의 집무실 창문을 열고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 앞에서 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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