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영국 브리스틀 시민들이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을 강물 속으로 던져 넣고 있다. 브리스틀/AP 연합뉴스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인종 차별과 관련한 역사 인물의 동상들이 속속 제거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서는 17세기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1636~1721)의 동상이 강물로 던져졌다. 이날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1만여명의 시민들은 콜스턴의 이름을 딴 거리에 있는 콜스턴 동상에 밧줄을 걸고 끌어내린 뒤 강물 속으로 던졌다.
콜스턴은 17~18세기 활동한 영국의 노예무역가로 의회 의원과 자선 사업가로도 활동했다. ‘로열 아프리칸 컴퍼니’라는 무역회사 임원이었던 콜스턴은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흑인 남녀와 아동 등 총 8만여명을 노예로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예 매매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뒤, 고향인 브리스틀과 런던 등에 학교, 병원, 교회 등을 짓고 기부했다.
1895년 브리스틀 시내에 그의 동상이 세워졌으며, 브리스틀 지역 사회에서 그의 동상을 존치할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올루소가 교수는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동상은 ‘이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고 위대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콜스턴은 노예무역상이었고 살인자였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미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훼손된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앞에서 두 발레리나가 춤을 추고 있다. 리치몬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시는 남북전쟁 때 노예제를 찬성했던 남부연합군을 이끈 로버트 리(1807~1870)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다. 남부 버지니아 출신인 리 장군은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군 총사령관이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25년 뒤인 1890년 설치된 리 장군의 기마상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으며,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왔다.
지난달 30일 미 필라델피아시에 있는 프랭크 리조 전 시장의 동상에 낙서가 돼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시는 “백인에게 투표하라”는 말로 유명한 프랭크 리조(1920~1991) 전 필리델피아 시장의 동상을 지난 3일 철거했다. 필라델피아 경찰청장이기도 했던 리조는 흑인과 다른 인종들을 매우 잔인하게 다루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짐 케니 필라델피아시 시장은 “사람들을 향한 편협함, 증어, 억압의 상징이었던 리조 상이 마침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벨기에 앤트워프에 있는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이 불에 그을리고 빨간 색 페인트가 칠해지는 등 훼손돼 있다. 앤트워프/EPA 연합뉴스
벨기에에서는 최근 국왕 레오폴드 2세(1835~1909)의 동상이 불에 그을리고 붉은 페인트로 훼손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레오폴드 2세는 본인 재위 시절 콩고를 식민지로 만들었고, 잔악하게 수탈했다. 레오폴드 2세가 재위했던 23년 동안 콩고 인구의 절반(약 1천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렸자.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