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얘기하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가 이달 중 핵무기 통제를 위한 협상을 열기로 합의하고, 이 자리에 중국을 초청했다고 미국 고위 관료가 밝혔다. 중국은 참여 의사가 없다는 뜻을 꾸준히 밝히고 있어, 미-러-중 3각 협상 자리가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축 담당 특사인 마셜 빌링슬리는 8일(현지시각) 본인 트위터 계정에 “오늘 리아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과 6월 핵무기 협상을 위한 시간과 장소에 대해 합의했다. 중국도 초청했다. 중국은 나타날 것인가 그리고 성의 있게 협상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빌링슬리 특사는 지난달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장거리 핵무기를 제한하는 미-러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갱신을 위한 초기 대화가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러시아가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날 것이라고 미 국무부 관리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트는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협정으로, 실전 배치된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1991년 체결된 스타트(전략무기감축협정)를 대체한 것으로, 내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협정은 양국의 이견이 없으면 5년간 연장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까지 포함한 새 협정을 요구해왔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여겨질 만큼 급성장한 상황에서, 미-러 양자 조약을 뛰어넘어 중국의 군사 대국화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중국이 참여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 3국 협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러시아와 미국 간 중요한 핵 군축 조약이다. 중국은 전략무기 감축 협상을 위한 어떤 형태의 3자간 대화에도 참여할 뜻이 없다”며 “중국 핵 무력은 국가안보에 필요한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대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러시아는 이를 감축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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