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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송환법 반대 100만 시위 1주년… 달라진 구도에 해법 못찾는 홍콩

등록 2020-06-09 18:04수정 2020-06-09 18:31

1년 전엔 200만명 시위로 확산됐지만 1주년 맞은 9일 차분
경찰 강경 대응, 코로나19, 중국 직접 개입 등 ‘상황 변화’ 반영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시위대가 ‘젊은이들의 생명은 소중하다’, ’경찰이 진짜 폭력배다, 맞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시위대가 ‘젊은이들의 생명은 소중하다’, ’경찰이 진짜 폭력배다, 맞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은 대체로 조용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긴 했지만, 홍콩 시민 7명 중 1명꼴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1년 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홍콩 시민사회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1년 전 송환법 정국의 문을 연 100만명 시위는 나흘 뒤 열린 입법회 포위 시위(6월12일)를 경찰이 유혈폭력 진압하면서 200만명 시위(6월16일)로 이어졌다. 홍콩 당국은 당시 시위를 ‘폭동’으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해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고도 수그러들지 않았던 저항의 기운은 11월 말 치러진 지방선거(구의회)에서 전체 18개 지역 가운데 17개 구의회를 민주파가 장악하는 압도적 승리를 일궈냈다.

선거 승리 이후에도 홍콩 시민사회는 광범위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연말을 지나면서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크게 3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경찰의 시위진압이 대단히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크리스 탕 경무처장 취임 이후 본격화한 경찰의 시위진압 방식 변화는 올 1월1일 새해 첫 시위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이날 평화로운 행진이 끝난 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맞붙자 즉각 대규모 병력이 투입돼 강제진압에 나섰다. 홍콩섬 중심가 코스웨이베이 소고 백화점 부근에서만 460여명이 체포됐을 정도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추진 발표와 홍콩 입법회의 중국 국가 모독 금지법(국가법) 최종 심의를 앞둔 지난 5월27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입법회 포위 시위를 촉구하는 글이 퍼졌다. 경찰은 입법회 주변을 포함해 홍콩 시내 주요 거점에 대규모 병력을 사전 배치해 시위를 원천 봉쇄했다. 이날 경찰은 시위가 본격화하기 전에 360여명을 체포했다.

당시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시내로 나섰던 키티 펑(17)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80여명이 체포된 상태였다”며 “오랜 시간 싸웠는데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 전과 달리 이젠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 집계 결과,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 말까지 시위와 관련돼 체포된 이들은 모두 8981명으로, 이 가운데 1749명이 기소됐다.

둘째,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이어져 온 시위의 동력이 약해졌다. 홍콩 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유로 8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시키는 방식으로 아예 집회시위를 차단했다. 천안문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31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열린 촛불집회가 사상 처음으로 ‘불법 집회’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홍콩 전역에서 추모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지만, 지난해와 같은 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셋째, 중국 당국이 송환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가진 홍콩 보안법이란 칼을 직접 빼들면서 시위의 구도 자체가 바뀌었다. 2002~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운동과 2014년 우산혁명, 지난해 송환법 반대 운동 등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모두 홍콩 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안법 제정은 중국 지도부가 직접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시위로 압박을 가한다고 해서, 홍콩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중국은 태도는 단호하다. 쟝샤오밍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은 7일 홍콩 기본법 제정 30주년 기념 온라인 토론회에서 “홍콩의 문제는 경제나 민생, 사회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라며 “홍콩의 두번째 중국 반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드문드 청 홍콩시립대 교수(정치학)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국 지도부가 배후에 있는 보안법은 홍콩 정부가 추진한 송환법처럼 철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며 “시민사회도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은 홍콩 재계의 달라진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송환법 정국에서 “폭력 시위는 자제해 달라”(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거나 “소속 노동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간섭할 수 없다”(캐세이 퍼시픽 경영진)는 태도를 보였던 기업·기업인들이 앞다퉈 보안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홍콩이 아닌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 시민사회는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모양새다. 홍콩직공회연맹 등 20여개 노동단체와 학생단체는 오는 14일 이른바 3파투쟁(노동자 파업, 상인 철시, 학생 동맹휴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들은 60% 이상의 찬성률이 나오면 1차로 사흘 간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홍콩의 중국 반환 기념일인 7월1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상태다.

송환법 반대투쟁의 성과인 풀뿌리 의회를 중심으로 전열도 정비하고 있다. 홍콩 17개 구의회 소속 민주파 의원 300여명은 지난 6일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홍콩 입법회를 우회해 추진되고 있는 보안법 입법에 대한 홍콩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프리프레스>는 “지난해 입법회 포위 시위 1주년을 맞는 오는 12일 구의회를 중심으로 홍콩 12개 지역에서 홍보 부스가 마련되고, 오후 8시엔 홍콩 전역에서 지난해 시위대가 국가처럼 불렀던 ’홍콩에 영광을’을 함께 부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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