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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중 모두 한국이 필요…내부 단합하면 긴장 관리 가능”

등록 2020-06-11 17:30수정 2020-06-11 17:57

[미-중 갈등 전문가 인터뷰①]
윌리엄 오버홀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미-중 갈등은 미국 아닌 중국이 원인”
“공화당·민주당 모두 중국 비판에 초당적”
“EPN 참여 여부는 작은 문제…한국 목소리 내야”
윌리엄 오버홀트(75)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윌리엄 오버홀트(75)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미-중 갈등이 심해지는 것은 중국 때문이지, 미국 때문이 아니다. 미국 정권이 바뀌어도 중국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윌리엄 오버홀트(75)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은 10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한 서면인터뷰에서 악화하는 미-중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과 일부 관련 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에 초당적으로 비판적이기 때문에 11월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중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전략에 대해 “한국인들이 내부 단합과 강한 경제력을 유지하는 한, 미-중 긴장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버홀트 선임연구원은 노무라증권 등에서 경제분석가로 일했고,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중국·일본에 관심을 가져온 동아시아 전문가다. 1980년 5월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핵 미래>(1976), <중국의 부상>(1993), <북한: 평화? 핵전쟁?>(2019) 등 다수의 동아시아 관련 책을 냈다.

-최근 미-중 갈등은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나? 그 배경은 무엇인가?

“미-중 긴장은 매우 심각하고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적재산권 절도, 시장 접근, 그리고 해상에서의 중국의 공격성 증가와 같은 매우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이것들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진짜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기보다는 국내 정치 게임을 하면서 무역수지나 통화와 같은 ‘가짜 문제’를 강조해왔다. 반대 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약속한 경제 개혁을 하는 데 실패하고 국제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자’(bully)가 되어 경제 전쟁을 활용해 중국 정부가 싫어하는 의견을 가진 이들을 협박하고 기업들이 중국 정책을 지지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는 어느 곳에서나 언론의 자유를 위협한다.”

-미-중 갈등 심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과 관련 있다고 보나?

“긴장의 일부는 올해가 미국 대선의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대부분은 더 깊고 초당적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똑같이 중국이 국제적으로 너무 공격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중국의 내부 탄압이 중대한 인권 문제라고 여긴다. 또 두 당은 신장에 있는 교화수용소가 도덕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것이며, 홍콩 탄압은 중국이 스스로의 약속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대선 뒤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중국에게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는 데 계속 동의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만 중국을 안 좋게 보는 게 아니다. 독일이 중국의 기술 기업 인수에 더 강한 제재를 가하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자국민에 대한 중국의 협박에 반발하는 등 세계 대부분에 걸쳐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은 중국 때문이지, 미국 때문이 아니다. 중국이 지적재산권 절도나 해상에서의 공격적 자세 등 핵심 문제들을 개선할 의지가 없으면 대선 뒤에도 강한 긴장이 지속될 것이다.”

-미-중 갈등이 과거 미국-소련 대결과 같은 ‘신냉전’으로 가고 있다는 데 동의하나?

“미-중 긴장이 심하지만 냉전은 아니다. 냉전 시절에 미국과 소련은 무역과 투자가 거의 없었고, 서로를 겨냥해 일촉즉발의 핵무기 수천개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중국 본토가 대만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진짜 냉전, 아마도 열전을 보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비판하면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실제로 중국화 홍콩에 강한 제재를 가할 거라고 보나?

“트럼프가 홍콩은 더이상 자치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한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은 홍콩의 모든 특권을 갑자기 종결시켜서 홍콩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지는 않다. 모종의 중간단계 조처들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에 놓였다는 시각이 있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한국은 중국, 미국 두 나라 모두와 강력한 유대를 갖는 것 외에는 실현가능한 선택지가 없다. 한국은 경제에서 중국과, 안보에서 미국과 강하고 중대한 유대를 맺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의 경제 유대를 희생시키면 경제 하락을 겪게 될 것이고, 미국과의 안보 유대를 희생시키면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다. 거인들이 있는 지역에서 중간 규모의 국가로 있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모두 한국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은 매우 강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내부 단합과 강한 경제력을 유지하는 한, 미-중 긴장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다.”

-트럼프가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과 러시아, 인도, 오스트레일리아를 초청한 것도 중국 포위 전략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트럼프가 러시아를 G7 정상회의에 초대하기에는 국내외에서 지원이 부족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독일처럼, 한국도 G7을 친러시아, 반중국 모임으로 바꾸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 ‘반중국 블록’인 이피엔(EPN·경제번영네트워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중국에 대항한 군사 연대에도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피엔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미미한 대응이다. 진행되면 되는대로 좋지만, 상호 번영을 촉진하는 개방된 글로벌 경제에 관한 브레튼 우즈 체제의 비전을 되살리기에는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트럼프는 세계 속 미국의 역할에 그가 입힌 피해를 벌충하고 그가 만든 진공상태 속으로 중국이 들어가려는 시도를 상쇄하기 위해 이피엔 같은 비효과적인 미봉책을 고안해서 브레튼 우즈 비전을 체계적으로 파괴해왔다. 한국의 이피엔 참여 여부는 작은 문제다. 한국은 자신의 성공이 달린 통합되고 번영하는 세계의 비전을 지지해야 하며, 그 점에 대해 미국에 확고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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