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 선임연구원.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은 패권을 추구할 뜻이 없다. 경제발전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선 평화적인 대외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국한테 가장 중요하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 선임연구원은 10일 오후 <한겨레>와 만나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주요 7개국(G7)이 (한국 포함) 11개국으로 확대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 다자주의 틀이 확대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냉전 시절처럼 상대방을 봉쇄하고자 블록을 구성한다면, 중국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시위 선임연구원은 주미 중국대사관과 주유엔 중국대표부 근무를 거친 ‘미국통’ 외교관 출신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2005년) 초안 작성에도 관여한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중 관계는 역대 최악인가?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8년보다 더 나빠진 건 분명하다. 현재 양국관계는 개별적인 사안 수준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중국은 싸움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주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느 국가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념적 요소가 결합된 전략적 충돌이 중-미 갈등의 본질이다. 과거 냉전과는 정치·경제적 지형이 다른 ‘냉전 2.0’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외교가 ‘공세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할 뜻이 없다.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중진국의 함정’(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으로 중진국에 진입하면서 장기간 성장이 둔화하는 현상)과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 강국이 부상하면서 기존 패권국가와 충돌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중진국에서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게 중국의 목표다. 경제발전이 최우선이고, 이를 위해선 평화적인 대외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국한테도 중요하다.”
―1단계 무역합의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중국은 수많은 양보를 통해 이뤄낸 1단계 무역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다방면에 걸쳐 제재를 하더라도 중국은 무역합의를 보복장치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화웨이가 미-중 갈등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미국 기술을 사용해 제작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는 걸 금지하는 건 이른바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해당한다. 이게 국제표준이 된다면, 중국의 기술을 사용한 제품의 미국 수출도 금지할 수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되겠나? 지구촌 차원에서 산업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될 것이다.”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양국 간 무력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지만 대만 문제는 다르다. 중국-대만은 ‘미완의 내전’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현상에 변경을 가하려 한다면 내전이 재개될 수밖에 없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달라질까?
“중국은 이미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곳이 집권하든 본질은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은 장기간에 걸쳐 굳어진 미국의 ‘습관’ 같은 것이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은 주요 7개국이 11개국으로 확대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 다자주의 틀이 확대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반중 전선’ 구축을 위한 행보라면 공정하지 않다. 만약 냉전 시절처럼 상대방을 봉쇄하고자 블록을 구성한다면, 중국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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