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독, ‘이란 핵’ 긴급 회담…안보리 회부 논의
이란이 핵 원료 연구활동을 재개한 이후 미국·유럽과 이란이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지난 10일 2년 만에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의 봉인을 제거하자, 미국은 물론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3개국은 즉각 이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란과 핵 협상을 벌여온 영국·프랑스·독일 외무장관은 12일 베를린에서 긴급회담을 열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 회담 참석을 위해 출국하면서 3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예정이며, 이란이 안보리에 회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3국 외무장관들이 국제원자력기구에 2~3주 안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도록 요청하고, 이란과 핵 협상을 중단할지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핵 안보리 회부에 반대해온 러시아도 이번 핵 연구활동 재개에 대해 이란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은 오는 17일 런던에서 회담을 열고 이란의 핵 활동 재개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 밝혔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란의 핵농축시설 봉인 제거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이란이 숨겨진 군사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 핵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이라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현재 상태에서 가장 효과가 큰 ‘안보리 회부를 통한 경제제재’를 밀고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미 ‘강경외교’를 통해 핵물질 변환 활동을 시작한 상태여서 이제는 우라늄 농축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보수파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1일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 아바스를 방문해 “강대국들의 ‘야단법석’에 위축되지 않고 평화적 핵 에너지를 추구하는 길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아에프페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27년 동안 계속된 미국의 경제 제재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층 가혹한 유엔의 경재 제재가 뒤따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국제원자력기구 일부에서는 경제 제재를 밀어붙일 경우 이란이 북한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버릴 것이라는 걱정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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