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반중파로 통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2018년 12월10일 백악관 내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 1월 중순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를 두고 백악관 내부에서 상반된 주장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서면서 일단락됐지만,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의 현실을 새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22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합의를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미-중 관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1단계 무역합의는 끝난 것이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나바로 국장은 백악관을 대표하는 강경 반중파로 통한다.
이어 나바로 국장은 “중국 대표단은 1월15일 무역합의 서명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가 미-중 관계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는 중국 쪽이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이라며 “그 무렵 코로나19를 퍼뜨리기 위해 중국이 수십만명을 미국으로 보냈으며, 중국 대표단이 탄 비행기가 이륙한 직후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의 발언 직후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폐기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뉴욕 증시에서 에스앤피(S&P) 500 선물지수가 한때 1.3%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중국 쪽이 계속해서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뒤에야 상황이 정리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와 한 인터뷰에서 1단계 무역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2020 위구르 인권정책법’에 따른 대중 제재를 늦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태가 커지자 나바로 국장도 따로 성명을 내어 “발언이 맥락에서 벗어나 잘못 해석됐다”며 “미-중 무역협상 전반에 대한 평가였을 뿐, 이행 중인 1단계 무역합의를 두고 한 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중국의 거짓말로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킨 상황에서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