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5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 있는 한국전쟁참전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하고 눈을 감은 채 묵념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5일(현지시각) 워싱턴 한국전쟁참전기념비를 처음으로 찾아가 헌화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 등과 관련해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진 방문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백악관 인근인 이곳을 방문해, 19명의 미군 병사들이 행군하는 모습의 동상들(한국전쟁참전기념비) 앞에 화환을 바치고 묵념했다. 이 행사에는 이수혁 주미대사 부부와 로버트 윌키 보훈부 장관, 한국전쟁 참전용사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사에게 한반도 정세에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다고 이 대사가 행사 뒤 전했다. 이 대사는 기자들에게 “제가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도록 노력을 계속 해주길 바란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라고 다짐하셨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있는데 아직 공개하기는 그런 내용”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전에도 미국 대통령들은 한국전쟁 발발 50주년(2000년, 빌 클린턴)이나 정전 50주년(2003년 7월27일, 조지 W. 부시), 정전 60주년(2013년, 버락 오바마) 등 주요 계기에 한국전쟁참전기념비를 방문하거나 연설했다.
이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서울 성남공항에서 열린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부부가 함께 한국전쟁참전기념비에 헌화한 점을 언급하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결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어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전념은 여전히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 인사들은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화상으로 연 한미전략포럼에서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목표를 외교를 통해 진전시키는 데 여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공은 그들(북한)의 코트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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