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고위 지도자들’ 사이의 만남을 언급하며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이 된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미 고위 인사들이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현지시각) 오전 외신기자들과 한 전화 간담회에서 11월3일 미국 대선 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나는 우리의 상대방과 진행중인 대화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중인 대화’가 무엇인지는 부연설명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정상회담보다 낮은 수준에서든지, 아니면 고위 지도자들이 다시 모이도록 하기 위해 적절하고, 개최하기 유용한 활동이 있다면 북한과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떻게 할지와 시점(타이밍)에 대해서는 오늘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관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전략적 위협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하는 관여정책 접근법을 취해왔음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확산을 줄이고 근본적 변화를 하도록 납득시키는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화를 확립하고 한반도 전체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도록 하는 정말 좋은 결과를 어떻게 도출할지에 관해 실질적 대화를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대화를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화 손짓을 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 방영될 <그레이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만약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도 지난 7~9일 방한 때 북한과 접촉이나 파격 제안 등 가시적 내용물은 없었으나, “우리는 언제나 대화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우선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북한에 발신해온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북-미 사이에 물밑 대화 움직임을 전제로 한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최근 양쪽 사이에 접촉은 없는 걸로 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비핵화와 상응조처에 대한 양쪽의 입장 차도 여전해, 미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폼페이오 장관 등 고위 인사들도 북-미 대화를 강력히 원한다고 밝히고 있어, 대화의 모멘텀이 다시 생길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뒤 6시간 만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문을 내어 “조미(북미) 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북-미 정상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북한의 군사적 긴장고조 행위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사행동 보류 지시, 이달 비건 부장관의 방한 등이 이어지면서 북-미가 서로를 향해 장외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밀고 당기기’를 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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