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디지털 경제통상 콘퍼런스’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 여부가 늦어도 11월 초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는 10일(현지시각) 보도 자료를 내어, 각 후보의 선거 운동 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고, 회원국의 합의 도출 과정도 2개월 안에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오는 8월31일 돌연 사임하기로 하면서,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처다.
선거운동은 후보등록 마감일이었던 7월8일로부터 2달 뒤인 9월7일까지만 한다. 이후 의장단이 회원국과 협의를 통해 각 후보의 선호도 평가 작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통상 3개월이 걸렸던 이 기간도 최대 2개월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사무총장 선출은 164개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은 지난 8일 오후 6시 사무총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을 비롯해 영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후보가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중견국·중재자론’을 앞세워 회원국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갈등에선 중견국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릴 예정이다. 특히 유명희 본부장이 통상 분야 전문가라는 점과 최근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흐름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여성 사무총장은 그동안 단 한명도 없었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무역 싸움은 유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출신 중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백신면역연합 이사회 의장이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의장은 나이지리아 재무·외무장관, 세계은행 전무 등 다양한 경력을 지녔다. <로이터>는 “그동안 사무총장이 유럽, 타이, 브라질, 뉴질랜드에서 나왔다”며 “아프리카 수장을 뽑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는 세계무역기구 164개 회원국 중 약 3분의 1에 이르는 54개국이 소속돼 있다. 아프리카에선 이외에도 이집트 외교관 출신인 압둘하미드 맘두흐 변호사와 케냐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아미나 모하메드 전 세계무역기구 총회 의장 등 총 3명이 나왔다.
선진국 입장을 대표할 유럽 후보도 만만치 않다. 앞서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6명 중 3명이 유럽 출신이다. 영국이 후보로 내세운 리엄 폭스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이끌던 내각에서 국제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다만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힘든 싸움을 하게 되리란 분석도 나온다.
이 밖에 몰도바 외무장관을 지낸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와 멕시코에서는 고위 통상 관료인 헤수스 세아데,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마지아드 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이 후보로 나왔다.
전정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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