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선 참모로 활동한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이 지난 2월 20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을 나흘 앞둔 본인의 측근 로저 스톤을 사실상 사면한 데 대해 후폭풍이 거세다. 공화당 내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인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반발하고, 사건을 수사한 뒤 침묵하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도 곧바로 언론 기고를 통해 비판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요일 밤 측근 구하기’가 미국 대선의 주요 뇌관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톤의 감형을 발표하고 하루 뒤인 11일(현지시각) 본인 트위터를 통해 “로저 스톤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을 불법적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며 “죄를 저지른 것은 바이든과 오바마를 포함해 우리 캠프를 몰래 들여다본 반대쪽이다. 그리고 발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스톤의 감형 조치에 대해 “사람들은 매우 기뻐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그들은 정의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측근인 스톤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으며, 그에 대한 자신의 감형 조처가 정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비선 정치 참모 역할을 한 스톤은 2016년 대선 이래 큰 논란이 됐던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위증하고 다른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하도록 종용한 행위 등 총 7개 혐의로 기소돼, 40개월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오는 14일부터 조지아주 연방교도소에서 복역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트럼프의 스톤 구하기는 지속됐다. 애초 검찰은 스톤에게 징역 7~9년을 구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구형량이 지나치게 높다고 비난했고,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에게 형량을 낮추도록 지시했다. 당시 전·현직 검사 수천 명이 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검란’이 일었고, 수사를 맡았던 검사 4명이 항의하면서 사임하기도 했지만, 결국 법무부는 지난 2월 구형량을 3~4년으로 낮췄다.
이번 백악관의 감형 조처는 복역 시점을 늦춰달라는 스톤의 요구를 항소법원이 기각한 지 약 한 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최측근의 복역을 앞두고 대통령의 감형 권한을 쓴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위터에 “트럼프에게는 두 종류의 사법 제도가 있다. 하나는 죄를 저지른 트럼프의 친구들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나머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썼다.
당대 대표적 ‘반 트럼프파’인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 미국 대통령이 바로 그를 위해 거짓말을 한 혐의로 배심원단에게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의 형량을 감형했다”며 “역사에 남을 부패”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인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도 반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 업무를 사실상 마비시켰다”고 했고, 사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특검도 오랜 침묵을 깨고 트럼프 비판에 나섰다. 그는 11일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스톤은 형이 확정된 중범죄자이며, 그것이 정당하다”며 “2년여에 걸친 수사 결과가 심한 공격을 당하고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부분적으로 무력화 되었다”고 주장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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