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성명, 중국 영유권 부정
‘국제사회 중재’ 공식 입장 바꿔
항모 2대 파견 이어 공세 강화
4년전 국제중재재판소도 불인정
중국 “판결 절대 수용 못해” 성명
마코 루비오·테드 크루즈 제재도
‘국제사회 중재’ 공식 입장 바꿔
항모 2대 파견 이어 공세 강화
4년전 국제중재재판소도 불인정
중국 “판결 절대 수용 못해” 성명
마코 루비오·테드 크루즈 제재도
미국이 13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이라고 선언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 대결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중재”를 요구해왔는데, 전례 없는 수위의 ‘반중’ 입장을 취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 자원에 대한 베이징의 주장은 그것들을 통제하기 위한 괴롭힘 활동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불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는 베이징이 남중국해를 자신의 해상 제국으로 취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장관이 단독 성명으로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부정’을 의미한다. 폼페이오는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및 인근 환초와 사주(모래톱)에 대한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에서 국제중재재판소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지 4주년이 되는 다음날 성명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남아 각국을 구체적으로 지명하며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인근 제임스 사주, 베트남 연안 뱅가드 해역, 브루나이 인근 루코니아 사주, 인도네시아의 나투나제도에 대해 “중국은 법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처 실패로 비판이 고조되자 중국 책임론을 강화하며 대중 비판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미국은 남중국해에 니미츠 등 두대의 항모를 동시에 파견해, 이례적인 이중항모 합동해상훈련을 벌였다. 중국이 이 해역에서 해상훈련을 벌인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었다.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개입한 이래 최대 군사작전인 이중항모 작전을 감행한 데 이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현대 중국의 건국을 전후해 격화되기 시작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미국은 애초 공식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국제사회의 중재를 주장하며, 사실상 동남아 국가들을 지지하는 쪽으로 개입을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한 해군 함대의 위력 항행을 수시로 진행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동남아 국가 사이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유엔 중재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했다.
향후 중국의 강경 대응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단 이날은 4년 전 국제중재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내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했다.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은 13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이 판결에 근거한 어떠한 주장이나 행동도 확고히 거부하며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또 이날 마코 루비오와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국의 유력 정치인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미 행정부가 지난주 신장에서 중국 당국의 인권침해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데 따른 보복조처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신장은 중국 내부 문제이고 미국은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며 미국의 내정간섭 중단을 요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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