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2일 치러진 홍콩 범민주 진영의 예비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지지자들이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9월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범민주 진영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서 조슈아 웡 등 ‘반중국’ 성향의 젊은 인사들이 다수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이번 예비선거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며 ‘심각한 도발’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의 본선거 출마 등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11~12일 홍콩시민 61만3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이른바 ‘본토파’ 후보들이 약진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2014년 ‘우산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이 카오룽이스트 지역에서 1위를 했고, 지난해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도 카오룽웨스트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우산혁명의 또 다른 주역인 민주화 인사 네이선 로의 지지를 받는 티파니 유엔은 홍콩섬 지역에서 2위에 올랐다. 반면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현역 의원 헬레나 웡은 카오룽웨스트 지역에서 7위에 그치는 등 전통 야당 출신 후보들은 열세를 보였다.
주최 쪽 예상을 3배 이상 뛰어넘은 61만여명의 유권자가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젊은 후보들이 대거 승리하면서, 9월 본선거에서 전체 의석(70석)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범민주 진영의 ‘35+(플러스)’ 운동도 탄력을 받게 됐다.
중국 정부와 친중파 진영은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기라도 하듯, 예비선거가 홍콩 보안법 위반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중련판)은 전날 밤 성명을 내어 “이번 예비선거는 현재의 선거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발 행위”라며 “중앙정부나 홍콩 정부의 업무나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하거나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보안법 22조에 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예비선거를 주도한) 베니 타이(홍콩대 교수)와 야권의 목표는 홍콩의 지배 권력을 장악하고 홍콩판 ‘색깔혁명’(옛소련 등의 정권교체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홍콩 정부의 모든 정책을 거부하자는 목적을 지닌 35+ 운동은 홍콩 보안법이 범죄 행위로 규정한 네가지 중 하나인 체제 전복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홍콩 보안법 시행을 피해 외국으로 나간 홍콩 민주화 인사 네이선 로는 13일 영국 망명 사실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백팩과 작은 짐을 들고 밤 비행기에 탔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내 목적지는 런던이다”라고 적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