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영국 본사에 붙은 로고. 레딩/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장비 구매를 중단키로 하자, 미 국무부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미권 정보동맹 5개국 중 입장을 밝히지 않은 캐나다가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우리는 영국이 화웨이를 미래 5G 통신망에서 금지하고, 신뢰할 수 없는 화웨이 장비를 기존 통신망에서 단계적으로 없앨 계획이라는 소식을 환영한다”며 “영국은 신뢰할 수 없는 고위험 업체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지키는 전세계 국가들 목록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대서양 건너편의 안보와 번영에 중차대한, 안전하고 활기찬 5G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영국 친구들과 함께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반발했다. 화웨이는 “영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 이 결정은 영국 이동전화 사용자들에게 나쁜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또 “이번 결정은 영국이 디지털 경로에서 뒤쳐지게 만들 것”이라며 결정 재검토를 촉구했다.
영국까지 화웨이 장비 구입을 배제하면서, 상호첩보동맹을 맺은 영미권 5개국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중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캐나다도 곧 뒤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나다 정부의 중국정책 자문역을 맡고 있는 찰스 버튼 맥도날드-로리에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영국의 결정으로 캐나다 정부도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캐나다 정부도 조만간 화웨이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발표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올해 연말부터 화웨이 장비 구매를 금지하고 2027년까지 기존 설치된 장비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이런 결정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화웨이에게 5세대 이동통신망 사업에 제한적 참여를 허용했으나, 미국이 보안 문제 등을 거론하며 압박하자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등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도 결정 번복에 영향을 끼쳤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작이 상당히 지연될 전망이다.
다만, 영국 정부는 비티(BT)나 보다폰 같은 통신 서비스 회사들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이미 설치한 화웨이 장비 제거 시한을 7년으로 설정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2년 안에 광케이블망에도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중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영국정보통신본부(GCHQ) 등 정보 기관들은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해 반도체 기술 관련 제재를 가함에 따라 화웨이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의장을 맡는 영국 국가안보회의(NSC)가 화웨이 배제 결정을 내렸으며, 이런 내용을 올 가을 중 법제화할 것이라고 올리버 다우든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이 의회에서 밝혔다.
다우든 장관은 “전세계가 극소수 업체들의 통신 장비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며 “화웨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 같은 업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이른바 ‘다섯개의 눈’ 동맹이 화웨이의 대안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우든 장관은 “에릭슨과 핀란드에 이어 한국의 삼성이나 일본의 엔이시(NEC) 등 새로운 장비 공급업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현준 기자,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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