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입구에서 25일 한 노동자가 미국을 상징하는 휘장을 철거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데 대한 보복조처로 청두에 있는 미국 영사관 폐쇄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청두/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폐쇄된 데 이어, 중국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도 폐쇄에 들어갔다. 미-중은 자신들의 정당성 우위를 주장하면서도, 추가 보복에 나서는 대신 한 방씩 치고받은 선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중국 쓰촨성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은 지난 25일부터 공관 폐쇄를 위해 미국을 상징하는 휘장 철거 등의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가 지난 21일 72시간의 시한을 주고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명령을 내린 데 맞서, 중국이 27일 오전 10시까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동등 수준 보복’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의 폐쇄 명령에 따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 직원들이 24일 각종 문서가 담긴 짐을 건물 밖으로 옮기고 있다. 휴스턴/AP 연합뉴스
비슷한 시각, 미국에선 연방관리들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뒷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미국 정부가 설정한 폐쇄 시한보다 한시간 앞선 24일 오후 3시 마지막 외교관이 중국 공관에서 철수한 뒤였다.
중국과 미국은 상대국 내 자국 총영사관 폐쇄를 놓고 “미국의 비이성적 조처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미국 국민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취해진 조처”(케일리 매커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라고 명분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날은 딱 거기까지였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중국의 보복 조처에도 총영사관 폐쇄에 이은 추가 조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실제로,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 폐쇄에 대해 “우리는 중국공산당이 ‘눈에는 눈’ 식의 보복에 관여하기보다는 이러한 해로운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선에서 그쳤다.
중국 역시 폐쇄된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에 미국 쪽이 강제 진입한 것을 비난하면서도, 추가 보복 조처를 언급하진 않았다. 게다가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들은 중-미 관계의 건강한 발전과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당분간 주미 중국대사관이 휴스턴 총영사관의 영사 업무를 대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의 관측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청두의 미 총영사관을 보복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확전을 피하려는 신호’라고 전했다. 중국 내 미국의 5개 총영사관 중 작은 편인 청두 총영사관을 폐쇄 대상으로 정한 것은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고강도 조처의 칼을 뽑아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국 내 중국 공관의 추가 폐쇄 문제와 관련해 “언제나 가능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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