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실업수당 지급 연장 등 코로나19 지원 관련 4가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에게 이를 보여주고 있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주당 4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4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원책을 놓고 민주당과 합의에 실패하자 의회를 건너 뛰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어서 야당의 반발과 법적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추가 실업수당 연장 △급여세 유예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연장 △학자금 융자 상환 유예를 담은 행정명령들에 서명했다.
추가 실업수당의 경우, 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당 600달러를 제공해왔는데 지난달 말로 종료됐다. 트럼프는 이를 연장하되 200달러 줄였다. 그는 “일터로 복귀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수당이 너무 많아서 실직자들이 업무 복귀를 꺼리는 현상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400달러 가운데 75%는 연방 재난구호기금에서 충당하고 25%는 각 주에 부담을 떠넘겼다.
트럼프는 또 연간 10만달러 이하 소득자들의 급여세를 9월부터 연말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6.2%의 사회보장세를 받지 않겠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급여세 유예를 연장하고, 나아가 이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7월 말로 종료된 강제 퇴거 중단 제도도 연말까지 연장했다. 월세 미납 세입자들을 내쫓지 않도록 집주인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는 방안이다. 학자금 융자에 대한 0% 이자도 연말까지 연장했다.
이런 조처는 주요 코로나19 지원책들이 지난달 말 종료된 뒤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회에서 추가 지원을 놓고 합의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나왔다. 민주당은 주·시에 예산 지원 등을 포함해 애초 3조4천억 달러의 추가 부양책을, 공화당은 이보다 적은 1조 달러 부양책을 주장하며 맞서왔다.
트럼프는 이날 “이들 4개의 조처를 통해 나의 행정부는 이 힘든 시기에 악전고투하는 미국인에 대한 필수적인 구제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민주당 지도부를 비난했다. 대선을 앞두고 꽉 막힌 의회를 대신해 자신이 국민을 위해 행동을 취했다고 강조하려는 의도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노력하기보다, 자신의 호화 골프장에서 수백만명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실업수당을 깎고 고령자의 사회보장과 메디케어를 위험에 빠뜨리는 허약하고 협소하고 작동할 수도 없는 정책을 발표한 것에 실망한다”고 비난하고, 공화당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연방 지출을 통제하는 권한은 헌법상 의회에 부여돼 있기 때문에 이날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의 근거가 불확실하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는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은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건너뛰기’는 트럼프의 과거 태도와 상반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동원할 때, 의회를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자신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의회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확보에 실패하자 2019년 국방부 예산을 전용하도록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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