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이나 게티즈버그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수락 연설 장소는 코로나19 사태로 계획이 바뀌어왔는데, 좁혀진 두 장소 또한 법적·정치적 논란을 부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전당대회 마지막날 밤(목요일)에 할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장소를 두 군데로 좁혔다. 바로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의 위대한 전장(Battlefield)과 워싱턴의 백악관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결정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를 오는 11월3일 선거에 나설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재지명하기 위한 전당대회는 오는 24~27일 나흘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규모를 대폭 축소해 열린다. 흔히 전당대회 마지막날 밤 같은 장소에서 대선 후보가 수락 연설을 해왔지만,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수락 연설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수락 연설을 하려다 이곳에서 코로나19가 다시 급증하자 지난달 말 그 계획을 취소한 뒤 백악관을 대안으로 언급해왔다.
백악관과 게티즈버그 모두 현직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장소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백악관에서 하는 방안을 놓고는 국정운영을 하는 공적인 공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서 나왔고, 법적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해치법(Hatch Act)은 연방 공무원이 근무 중에 정치적 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 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수락 연설 행사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이 이 법의 저촉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지난 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른 곳에서 하는 것보다 보안 관점에서 정부를 위해 엄청난 양의 돈을 절약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게티즈버그 또한 논쟁적이다. 게티즈버그 전장은 미 남북전쟁의 격전지로, 에이브러햄 링컨 당시 대통령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표현이 들어간 연설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다른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현충일 계기 연설을 한 적은 있지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 적은 없다고 <더 힐>은 지적했다. 게티즈버그 전장은 국립공원관리청이 운영하는 연방 자산으로 분류돼 있어, 이 또한 수락 연설 행사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이 해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윤리 법률가인 노먼 아이젠은 <뉴욕 타임스>에 “국립공원 관리원들이 그 행사에서 정치적 쇼윈도 장식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가 게티즈버그에서 수락 연설을 할 경우 통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대통령은 이 나라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게티즈버그를 수락 연설 장소로 고려하는 것은 끊임 없이 링컨과 자신을 비교해온 트럼프의 ‘동경’과도 관련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일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노예 해방을 이뤄낸 링컨을 제외하면 자신이 누구보다도 흑인 사회를 위해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5월에는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링컨 상을 가리키면서 “링컨보다 (당대 언론으로부터) 더 나쁜 대우를 받은 사람도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내가 더 나쁘게 대우받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16년 10월 이곳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링컨과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 4명의 전직 대통령 얼굴이 새겨있는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산에 자신의 얼굴이 추가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힌 적도 있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내 얼굴이 러시모어산에 있는 게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나는 농담으로 알고 웃었지만 그는 진지했다”고 말한 바 있다. <뉴욕 타임스>는 백악관이 지난해 사우스다코타주에 러시모어산에 얼굴을 추가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물었다고 지난 9일 보도했고, 트럼프는 이를 부인했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17~2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화상 방식 위주로 열리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밀워키를 방문하지 않은 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20일 밤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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