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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코로나로 865조원 불린 미 억만장자들…2008년 닮은 꼴 재산 증식

등록 2020-08-16 10:16수정 2020-08-18 16:30

최현준의 DB_Deep
정부 지원, 세금 감면, 주가 급등…2008년 닮은 꼴 재산 증식
버니 샌더스 민주당 의원 ‘억만장자들 부담케 하라’ 법안 제출
“늘어난 재산 60% 세금으로…코로나 의료비 정산에 쓰자”
코로나19 기간 재산 증가분이 가장 많은 미국 부자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왼쪽),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 연합뉴스
코로나19 기간 재산 증가분이 가장 많은 미국 부자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왼쪽),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였다.

머스크가 먼저였다. 그는 8일 트위터에 ‘버니 샌더스의 술먹기 게임’이라는 제목의 ‘짤’을 올렸다. ‘샌더스가 공짜 정부 프로그램을 말할 때마다 타인의 맥주를 마시라’는 내용으로, 최근 억만장자들에게 부유세를 걷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샌더스를 조롱한 것이다.

샌더스가 반격했다. 그는 ‘머스크가 기업을 일구는 데 정부 보조금 49억 달러가 들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첨부한 뒤 “머스크가 국민 99%를 위한 정부 지원을 조롱할 때마다 보조금이 없었다면 그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머스크는 자신을 위해서는 기업 사회주의를,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친 자본주의를 원하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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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달러 이상 부자 재산증가분에 60% 세금

두 사람의 설전을 부른 ‘부유세’ 법안은 지난 6일 샌더스와 민주당 소속 에드 마키 매사추세츠주 상원 의원, 커스틴 길리브랜드 뉴욕주 상원의원 등 3명이 공동 발의했다.

‘억만장자들이 부담케 하라’는 제목의 법안은 재산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 이상을 가진 미국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3월18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늘어난 재산의 60%를 세금으로 거둬들이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거둔 세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의료비 부담이 급증한 모든 미국인의 의료비 사후 정산에 쓰자고 제안했다.

마키 의원은 “미국인 16만명 이상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명이 직장을 잃었다”며 “이런 위기에 슈퍼 부자들이 더욱 부자가 되는 것은 비양심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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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명 재산 7318억$ 늘어…베이조스-머스크-저커버그 차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슈퍼 부자들의 재산은 크게 늘었다. 샌더스 의원이 미국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를 통해 집계한 미국 10억 달러 이상 부자 467명의 3월18일부터 8월5일까지 재산 증가 현황을 보면, 이들의 재산은 총 2조4178억달러(2860조원)에서 3조1496억달러(3726조원)로 다섯 달 동안 무려 7318억달러(865조원)나 증가했다. 1인당 평균 51억7천만달러(6조1100억원)에서 67억4천만달러(7조9700억원)로 15억7천만달러(1조8600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재산 규모 1위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로 3월 1130억달러에서 이달 1843억달러로 713억달러 증가했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위로, 980억달러에서 1124억달러로 늘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547억달러에서 926억달러로 재산이 늘어 3위였고, 4위는 투자사 버크셔헤서웨이를 창업한 워런 버핏으로 675억달러에서 753억달러로 재산이 늘었다.

샌더스와 설전을 벌인 일론 머스크는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5위),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6위)에 이어 7위였다. 머스크는 246억달러에서 705억 달러로 늘어, 재산 증가분으로 따지면 베이조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버니 샌더스 누리집.
버니 샌더스 누리집.
미국 부자들의 재산이 이렇게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난 주된 이유는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미국 상위 억만장자 다수가 창업자로 막대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가가 오르면서 이들의 자산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 3월18일 1만9898이었던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8월5일 2만7201로 36.7% 증가했다. 나스닥 지수도 3월 6989에서 8월 1만998로 57.4%나 증가했다. 나스닥의 경우, 정보통신 회사(IT), 게임회사, 제약사 등 이른바 코로나19 수혜주가 몰려 상승 폭이 컸다.

제프 베이조스가 11~12% 지분을 보유한 아마존은 같은 기간 주당 1830달러에서 3205달러로 상승했고, 머스크가 창업한 테슬라는 주당 361달러에서 1485달러로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주당 140달러에서 212달러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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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증가로 주가 뛰고…기업 세금 감면도 한몫

이를 가능하게 한 것 중 하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정부가 추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 Paycheck Protection Program)과 연방준비제도의 이자율 제로 조처 등이다. 미 정부는 지난 4월 중소업체의 직원 해고를 막기 위해 급여보호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6590억 달러의 막대한 돈을 지원했는데, 상당액이 중소업체가 아닌 대기업으로 흘러갔다. 또 연방준비제도는 경제가 회복될 때가지 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해, 주가 부양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기업 친화적인 세법이 억만장자들의 재산 증식을 도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법인세 감면 조처로 연간 20조원 영업이익을 올린 아마존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퍼부은 세금이 주로 대기업에 집중되고, 위기 이후 슈퍼 부자들의 재산이 급증하는 양상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때도 비슷했다.

샌더스의 법안대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늘어난 슈퍼 부자들 재산의 60%를 세금으로 거둔다면, 지난 5일 기준 총 4217억달러(500조원)의 재원이 생긴다. 재산 증가 1위인 베이조스는 428억달러, 2위 머스크는 275억달러, 3위 저커버그는 227억달러를 세금을 내게 된다. 샌더스는 이 돈으로 의료보험에 들지 않은 이들의 1년치 보험 비용을 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은 샌더스가 제출한 부유세 법안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그만큼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것이다. 부자 감세 기조인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런 부유세 법안의 통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도 하다. 또 억만장자들의 늘어난 재산 대부분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주식이어서 고율 과세를 물리는 게 타당한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3월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3월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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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 대선이 관건…소로스 등 일부 억만장자 부유세 지지

하지만, 이번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제시한 부유세보다 훨씬 온건한 방안을 추진하지만, 민주당 사상 가장 진보적인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선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고,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이윤도 과세할 계획이다. 또 고소득층의 임금과 소득에 대한 세율을 높이고, 세액감면 요건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유세에 대한 미국 내 여론 동향도 지켜봐야 한다. 미국 정가에서 괴물 신인으로 평가받는 뉴욕주 민주당 소속 최연소 연방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30·AOC)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실업자 지원을 위해 ‘억만장자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뉴욕 시민들의 반응도 비교적 호의적이다.

지난해 6월에는 조지 소로스 등 억만장자 19명이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 “1%의 미국인 부자 중 10분의 1에 해당하는 최고 부호인 우리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지지해 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스, 하얏트호텔 체인 상속자 리젤 프리츠카 등이 참여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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