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서 미국이 낸 이란 제재안 부결되자 또 일방 제재 예고
트럼프 행정부, 2018년 이란 핵 합의 탈퇴 뒤 국제사회와 갈등 심화
트럼프 행정부, 2018년 이란 핵 합의 탈퇴 뒤 국제사회와 갈등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저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제재 연장안, 안보리서 2개국 찬성 ‘부결’ 미국은 2018년 5월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해 스냅백 가동 자격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핵 합의 참여국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란이 핵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일 경우 제재 원상 복귀를 강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중국·독일·영국·프랑스와 함께 이란과 핵 개발을 중단하고 제재를 해제하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핵 합의)을 맺었고, 오는 10월 중순에는 이란에 대한 무기금수 제재가 만료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4일 미국을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15개 이사국은 표결을 통해 이란의 무기금수 제재 연장안을 부결했다.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만 찬성했고 러시아와 중국은 반대했다. 나머지 11개국은 기권했다. 안보리는 15개 이사국 가운데 5분의 3인 9개국이 찬성해야 결의안이 가결된다. 미국은 이란이 무기를 자유롭게 수출·수입할 수 있게 되면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길이 열리고 중동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며 무기금수 제재를 무기한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지난 6월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란에 대한 유엔의 무기금수 제재는 이란 핵 합의에 따라 합의 타결 5년 만인 오는 10월18일 해제를 앞두고 있다. 결의안 부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불행히도 프랑스와 영국이 걸프 지역 국가와 이스라엘이 요구한 무기금수 제재 연장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깊이 유감”이라며 “심각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몇 달간 준비한 결의안이 조그만 섬나라 한 곳(도미니카공화국)의 찬성표밖에 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결의안을 유엔이 거부하는 바람에 굴욕을 맛봤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무기금수 제재가 연장되면 이란이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을 서두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해 9월26일(현지시각) 유엔 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스냅백 자격 논란…“미국 힘든 전투 직면” 미국이 안보리 회부에 이어 스냅백 조처를 시사하면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5년 이란 핵 합의 참가국이자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핵 합의 당사국은 미국은 핵 합의에서 스스로 탈퇴해 스냅백을 실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체결한 이란 핵 합의를 역대 최악의 협정으로 규정하고 취임 직후인 2018년 탈퇴했다. 앞서 미국은 올 초부터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스냅백을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5월 폼페이오 장관이 이란 핵 합의의 서명 당사국으로서 남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미국의 스냅백 위협으로 인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지도자 간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스냅백 조항 적용 움직임에 대해 “외교관들은 미국이 힘들고 골치 아픈 전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며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에프페>(AFP) 통신도 스냅백 추진은 유엔 안보리를 최악의 외교적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와 함께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제재를 강제할 수 있는지 회의적이었고, 이런 시도가 안보리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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