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18일(현지시각)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행진하고 있다. 바마코/EPA 연합뉴스
아프리카 북서부 말리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대통령과 총리가 반란 군인들에 의해 구금됐다.
<비비시>(BBC) 방송과 <알자지라> 등은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가 18일(현지시각) 수도 바마코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에 의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군인들은 이날 아침 바마코 외곽에서 15㎞ 떨어진 카티 군기지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반란군은 공중에 총을 쏘면서 케이타 대통령 사저를 포위했고, 고위 공무원들과 군 장성들을 전격 체포했다. 시세 총리가 성명을 내어 반란 군인들에게 진정하고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군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쿠데타가 군인들의 급여 문제에서 촉발됐다고 한다.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의 수는 분명하지 않다.
케이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면서 시위를 벌여온 시민들은 이날 군사 쿠데타를 지지해 바마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케이타 대통령은 2018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패와 경제 악화, 안보 불안 등으로 인기가 낮다.
말리에서는 지난 2012년에도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고, 카티 군기지는 당시에도 근거지였다. 당시 쿠데타로 말리에서 수년 동안 혼란이 이어졌고 권력 공백을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북부 지역을 장악했다. 프랑스의 군사 작전으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축출됐으나 이들은 다시 결집해 케이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세력을 확대했다.
유엔과 과거 식민종주국인 프랑스, 아프리카 역내기구들은 일제히 군사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말리 지도자들의 “무조건적인 석방”과 “헌법 질서의 즉각적인 회복”을 요구했다.
지역 15개국 협의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군인들에게 즉각 카티 군기지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지난 6월부터 격화된 말리 정국 혼란을 중재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의 중재 노력을 지지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번 군사 쿠테타를 “가장 강도높은 용어로” 비난한다며 군인들에게 막사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피터 팜 미국 국무부 사헬지역 특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거리에서든 보안군에 의해서든 모든 비헌법적 정부 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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