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한겨레> 자료사진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이어 또 다른 아랍연맹 회원국인 수단과도 관계 정상화 협의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8일 성명을 내어 “평화협정은 이스라엘과 수단 그리고 인근 지역에 이익이 될 것이다. 우리는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다르 바다위 사디크 수단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스카이뉴스 아라비아 채널> 및 <아에프페>(AFP) 통신 등과 한 인터뷰에서 “수단과 이스라엘이 적대 관계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수단과 이스라엘 간 접촉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올해 말까지는 수단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평화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약에는 이스라엘발 상용기의 수단 영공 통과 허용과 양국 상업 교류 확대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가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양국 수교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디크 대변인의 발언이 보도된 후 수단 외교부 안에서는 “사디크 대변인은 이런 발언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부인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수단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13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이 걸프 지역 아랍국가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수단은 이집트(1979년)와 요르단(1994년),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이어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한 네번째 아랍국가가 될 전망이다.
수단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뒤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였다. 당시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아랍 8개국이 이스라엘과는 평화협정을 맺지 않고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으며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스리 노’(3 No) 정책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이 수단과 수교하면 중동에서 이스라엘 위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수단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미국이 자국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수단은 1993년 오사마 빈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이유 등으로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목록에 올랐다. 이에 따른 각종 제재로 수단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가 축출된 이후 수단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수단뿐 아니라 바레인과 모로코, 오만 등 다른 아랍국가와도 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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