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해상 3곳에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에 나섰다. 최근 밀착하고 있는 대만과 미국을 겨냥한 압박용 공세이자 무력시위로 보인다.
24일 중국 <해방군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사령부는 이날부터 29일까지 하이난섬 남동쪽 남중국해 해상에서 대규모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중국 해사국 쪽은 광둥성 남동쪽 남중국해 해상에서도 23일 시작된 군사훈련이 2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와 장쑤성 롄윈강 인근 해상에선 해안지역을 봉쇄한 채 22일 대규모 실탄 사격 훈련이 시작돼 26일까지 이어진다. 또 보하이(발해)만에서도 이날부터 새달 30일까지 해상훈련을 벌인다. 일부에선 이 훈련에 신형 미사일 발사 시험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만을 둘러싼 남중국해·동중국해·서해 해상 3곳에서 대규모 고강도 훈련이 집중된다는 뜻이다.
실제 인민해방군 북부·동부·남부 전구사령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번 훈련은 각 전구 주둔 병력의 연합전투 능력 점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따 “중국군이 여러 전구에 걸쳐 대규모 훈련을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대규모 훈련 계획을 사전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대만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이자, 최근 대만해협 안팎에서 미국이 보이고 있는 공세적 행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군당국이 훈련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로 진행될 것이며, 대함·대공·대잠수함 작전 훈련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중국 군당국은 지난 13일 대만해협 해상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번 훈련까지 포함하면 8월 들어 인민해방군이 사실상 대만섬 전체를 포위 공격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군이 대만해협 훈련을 실시한 직후인 지난 18일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머스틴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해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과 미국은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3일 진먼섬에서 열린 ‘제2차 대만해협 위기’(8·23 포격전) 62돌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진먼은 중국 푸젠성 샤먼과 불과 2㎞ 남짓한 대만 최전방 지역으로, 1958년 8월~10월초 중국군의 포격이 집중된 곳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구실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의 브렌트 크리스텐슨 사무처장이 사상 처음으로 동행했다고 <자유시보> 등이 전했다. 집권 민진당 쪽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연합방위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처”라고 환영했다. 8·23 진먼 포격전 당시 미 해군은 해상수송과 병참 등 대만군을 측면 지원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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