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샬럿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참석해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날 트럼프와 펜스를 11월3일 대선에 나설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샬럿/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74)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전당대회에서 오는 11월3일 대선에 출마할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마이크 펜스(61) 부통령도 그의 러닝메이트로 재지명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주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55) 상원의원을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선출해, 앞으로 70일간 ‘트럼프-펜스’ 팀과 ‘바이든-해리스’ 팀의 대결이 공식화했다.
공화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나흘간의 전대를 개막하고,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했다. 50개 주와 미국령 등에서 각각 6명씩 모두 336명의 대의원이 참석해 주별 경선 결과를 ‘롤 콜’(호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화당은 트럼프 확정에 앞서 펜스 부통령을 만장일치로 부통령 후보로 재확정했다.
2016년 워싱턴 정치와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로 공화당 후보에 이어 본선까지 거머쥔 트럼프는 이제 4년의 국정운영 성적을 갖고 평가 받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재선 고지를 바라보게 됐다. 그는 올 들어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제 악화, 인종차별 문제 등으로 전국 및 주요 경합주 지지율에서 바이든에게 밀리고 있다.
이같은 열세를 70일 안에 뒤집어야 하는 절박감 때문인지, 트럼프는 전대 첫날부터 후보 지명이 이뤄지는 샬럿컨벤센센터 현장을 ‘깜짝 방문’해 한 시간 동안 연설했다. 전대 때 대선 후보는 마지막날 후보 수락 연설 때 등장하는 게 관례였고 트럼프 또한 27일 밤 백악관에서의 후보 수락 연설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전례를 깨고 첫날부터 대의원들 앞에 직접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것이다. 철저하게 원격 화상 방식으로 전대를 치른 민주당과 달리 역동성과 현장감을 더해 차별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트럼프는 “4년 더!”를 외치는 대의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등장해 “그들(민주당)을 정말 환장하게 만들고 싶으면 ‘12년 더’라고 말하라”며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나라는 끔찍한 방향 또는 훨씬 훌륭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로 인해 확대 도입된 우편투표가 대선 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그들(민주당)은 코로나19를 활용해 선거를 훔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편투표에 대해 “공정하지도, 옳지도 않다. 표를 계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바이든과 민주당에 ‘급진좌파’ 색깔을 입히려 했다. 트럼프는 “급진 좌파는 바이든에게 슈퍼 급진 좌파이면서 거칠고 미친 판사들을 대법관에 지명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당신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실업률이 다소 감소하는 상황을 가리켜 “3개월 동안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게 된 적은 없었다”고 강조하고, 주식 시장 또한 사상 최고 기록을 깰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남은 사흘간의 전대 기간에도 매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트럼프에 앞서 전대 현장에 도착한 펜스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연단에 서서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때에 이어 이번에도 주요 기조로 삼고 있는 ‘법과 질서’도 강조했다. 펜스는 “4년 더 한다는 것은 더 많은 판사들을 의미한다. 4년 더라는 것은 우리의 군대와 경찰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며 “오물을 청소하려면 최소한 4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펜스는 전대 셋째날인 26일 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역사 성지인 맥헨리 요새에서 공식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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