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에 나서는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무원인 현직 장관의 부적절한 정치 행위 논란이 일면서 민주당은 의회 차원에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폼페이오는 전대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각) 밤 영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에 대해 공화당 전대에서 발언할 예정이다. 이 영상은 중동 순방 중 예루살렘에서 녹화한 것이다. 이는 최근 이뤄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외교관계 정상화 등을 부각하는 데 좋은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는 23~28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을 순방 중이다.
폼페이오의 연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법 위반 논란이 있는 데다 전례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폼페이오가 찬조연설을 하게 되면, 최소한 지난 75년간 미국 역사에서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최초의 현직 국무장관이 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또한 공직자가 공무 중에 또는 공직에 따른 권한을 동원해 정치 활동을 못하게 한 해치법(HatchAct)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국무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지침에는 직원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 정파적 집단에 대해 전대나 유세 또는 그같은 단체가 후원하는 유사한 회합에서 지지 또는 반대 발언을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폼페이오가 직원들의 입은 막으면서 본인은 버젓이 정파적 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현직 외교관은 <엔비시>(NBC) 방송에 “해치법을 찢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에서 35년 일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차관보는 “다들 엄청나게 마음이 상했다. 너무 나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무부를 정치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는 성명을 내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외교 공무 중 대통령 재선을 위한 심부름꾼으로 복무하겠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결정은 완전히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원 외교위 소위원회는 25일 폼페이오가 중동 외교 출장 중 한 정치적 행위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 이 소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의 호아킨 카스트로 의원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폼페이오의 연설이 해치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직 국무장관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특정 당의 전대에서 연설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아마도 전례가 없다”며 “이는 또한 법 위반으로 보인다”고 서한에 썼다. 카스트로는 국무부에 폼페이오 연설의 적절성에 대한 법적 조언 관련 서류와 폼페이오 출장 비용에 관한 설명을 요구했다.
국무부는 폼페이오의 연설은 ‘개인 자격’으로 하는 것이며, 연설에 국무부의 자산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27일 밤 백악관에서 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또한 현직 대통령의 직위를 활용해 백악관을 자신의 정치 행사 무대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국정운영과 정치 행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