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각장애인 인권 변호사 천광청이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시각장애인 인권 변호사로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천광청(陳光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열혈 우파 연설자로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천 변호사는 26일(현지시각) 열린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공산당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인물’로 묘사하는 연설을 했다. 천 변호사는 “중국 공산당은 인류의 적이다. 자국민을 탄압하고 세계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생각을 말하면 감옥에 간다”며 중국 지도부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공격을 막기 위해 자유, 민주주의, 법의 지배라는 미국의 가치를 사용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이끌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이 싸움에 가담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다”라고 주장했다.
천 변호사는 전당대회 사흘째인 이날 워싱턴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섰으며, 그의 연설은 인터넷을 통해 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열리고 있다. 공화당은 천 변호사를 찬조 연설자로 등장시켜 트럼프 대통령을 중국과 맞서는 인물로 부각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천 변호사는 중국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산둥성 당국이 한 자녀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에게 낙태와 불임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수감과 가택연금을 당했던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 가택연금 상태에서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베이징 미국대사관으로 탈출했다. 최근 그는 민주당이 중국에 유화적이었다며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섰으며, 우파적 성향마저 보이고 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뉴욕에서 시위를 벌이는 영상을 지난 24일 트위터에 올리고 “자유”라고 적었다.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은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고 도로에 쓰여 있는 글을 훼손하는 시위중이었다.
천 변호사를 지원했으며 역시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텅뱌오(滕彪) 변호사는 천 변호사의 연설에 대해 “놀랐다”며 “(그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논리적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전했다. 텅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인권과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며 “천광청은 (나의) 좋은 친구이자 (나는) 과거 그의 변호인이었지만,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완전히 반대한다”고도 덧붙였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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