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27일(현지시각) 밤 백악관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청중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오른쪽은 부인 멜라니아.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74)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밤 백악관과 그 일대를 성조기와 불꽃으로 수놓으며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수락하고 승리를 결의했다.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11월3일 대선을 향한 트럼프와 조 바이든(77) 민주당 후보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막 올랐다.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이날 밤 백악관 잔디밭(사우스론)에서 한 후보 수락 연설에서 “유권자들이 이전 어떤 때에도 두 정당, 두 비전, 두 철학, 두 의제 사이에서 더 분명한 선택에 직면한 적이 없다”며 “이번 선거는 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국정연설과 선거 유세를 합쳐놓은 듯한 70분간의 연설에서 지난 4년의 성과를 나열하고 재선시 집중할 의제들을 설명했다. 가장 주력한 대목은 ‘바이든 때리기’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은 미국 영혼의 구세주가 아니다. 그는 미국 일자리의 파괴자”라며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국 위대함의 파괴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아메리칸 드림’을 구할지, 아니면 사회주의자의 어젠다가 우리의 소중한 운명을 파괴하도록 할 것인를 결정할 것”이라고 바이든에 ‘사회주의’ 색깔 입히기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과 그의 당은 반복적으로 미국을 인종차별과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땅이라고 공격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이 중국에 약하다고 주장하면서 “조 바이든의 어젠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 나의 어젠다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USA)’”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되풀이하면서, “이 나라는 법 집행관을 사랑한다”고 ‘법과 질서’를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임에도, 2016년 대선에 나섰을 때처럼 자신을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부각하려 했다. 그는 “우리는 조 바이든이 지난 47년간 가한 피해를 되돌리기 위해 지난 4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1972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한 뒤 줄곧 워싱턴 정치에 몸 담았던 바이든을 미국에 해를 입힌 낡고 무능한 정치인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트럼프는 “그들(민주당)이 나에게 화가 난 것은 내가 워싱턴 제도권이 아니라 미국을 맨앞에 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트럼프를 소개하기 전 연설도 같은 맥락이다. 이방카는 “아빠, 사람들은 아빠가 전통적이지 않다고 공격하지만 나는 아빠가 현실적이어서 사랑하고, 실질적이어서 존경해요”라고 말했다. 이방카는 “워싱턴은 도널드 트럼프를 바꾸지 못 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워싱턴을 바꿨다”고 말해 청중의 열띤 환호를 얻었다.
트럼프의 수락 연설은 형식과 내용 모두 트럼프 찬양과 ‘미국 우선주의’, 애국심 고취로 넘쳐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백악관 잔디밭은 거리를 두지 않은 1500여명의 ‘노 마스크’ 관중으로 꽉 찼다. 이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4년 더!”, “유 에스 에이(USA)”를 외치며 환호했다. 무관중으로 25분 연설로 마무리한 바이든과 달리, 코로나19 극복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우리나라를 파괴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끌라고 요청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은 성조기 깃대 수십개가 병풍을 이뤘고, 트럼프의 연설 뒤에는 백악관 앞 워싱턴기념탑 일대에서 5분 동안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숫자 ‘2020’ 불꽃도 터졌다.
미 정치분석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가중 평균한 지지율을 보면, 26일 현재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50.6%, 트럼프 대통령 42.2%를 기록했다. 이 매체가 집계한 25일 발표된 7개 여론조사 중 6개는 바이든이 7~1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지속적으로 예측한 거의 유일한 여론조사 기관인 ‘라스무센리서치’ 조사 결과는 바이든 46% 대 트럼프 45%로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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