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허리케인 로라의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 오렌지 카운티를 방문해 브리핑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며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각) 밤 뉴햄프셔주 유세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이 아베 총리 상황에 대해 묻자 “매우 훌륭한 나의 친구 아베 신조 총리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우리는 훌륭한 관계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물러나는 것은 매우 엄중한 한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매우 안 좋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나라를 몹시 사랑한다. 그가 물러나는 게 무엇인지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며 “그는 훌륭한 신사이고 그래서 그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관계는 아주 각별했다. 미국 대선 직후인 2016년 11월17일 아베 총리는 뉴욕의 트럼프타워로 달려가 외국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자를 만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나 일본 등지에서 5차례 골프 라운딩을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아베 총리를 “환상적인 친구”라고 추어올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주일 미군 방위비 분담금 또한 4~5배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등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북-미 관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회동하며 외교에 나설 때, 아베 총리는 자신의 대북 강경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기조 사이에 낀 처지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최장기 집권 총리로서 아베 총리가 보여준 뛰어난 리더십에 감사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을 최강으로 만들었다”며 “공동목표 증진과 양국관계 강화에 있어 아베 총리 후임자와의 협력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새로 취임할 신임 일본 총리와 인도태평양 전략과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등에서 강력한 미-일 협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11월3일)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오긴 했으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 견제를 위한 강력한 미-일 동맹 원칙에 차이가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도 아베 총리를 “친구”로 부르며 쾌유를 기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28일 트위터에 “아베 신조, 당신의 우정과 리더십에 감사드린다”며 “당신이 물러나는 게 슬프지만, 우리 국가들과 국민들 사이의 강력한 동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안다”고 적었다. 이어 “내 친구여, 앞으로 건강하길 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아베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
앞서 아베 총리는 2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했다며 7년8개월 동안 수행해온 총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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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