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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벨라루스 시위 한달…“시민들 두려움 잃었고, 대통령 권위 잃었다”

등록 2020-09-07 10:52수정 2020-09-07 20:47

6일 민스크 등서 10만여명 대선 항의시위
100여명 체포…야권 지도자 폴란드로 추방
6일(현지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부정 당선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민스크/타스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부정 당선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민스크/타스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 벨라루스 대통령의 6연임에 대한 항의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휴일인 6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에서 시민 10만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저항 시위가 열렸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치러진 대선에서 80%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야권과 시민들은 편파·불법 투표였다며 대통령의 자진 사퇴와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과 <알자지라> 등 보도를 보면, 이날 수도 민스크와 남부 브레스트, 서부 그로드노, 동부 모길료프 등에서 부정 선거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렸다. 민스크에서는 이날까지 4주 연속 10만명 이상 시민들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고 현지 인권단체 ‘베스나’(봄)가 밝혔다. 벨라루스의 인구는 950여만명, 민스크는 190여만명이다.

이날 민스크 시내를 가득 메운 시위대는 시내 중심가 ‘독립대로’에서 대통령 관저가 있는 ‘국기광장’까지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폭동진압 부대 오몬 대원들이 지키고 있는 대통령 관저 몇 미터 앞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이날 경찰이 시위대 100명 이상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사복을 입고 복면을 한 경찰들이 시내 카페와 상점 등에서 야권의 상징인 ‘백색-적색-백색’ 깃발을 든 사람들을 체포했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 간에 대규모 충돌은 없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한 성수자(LGBT) 활동가가 깃발을 들고 부정 선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민스크/EPA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한 성수자(LGBT) 활동가가 깃발을 들고 부정 선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민스크/EPA 연합뉴스

앞서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민 여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영국의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애널리스트 다라 맥도웰은 “시민들이 루카셴코에 대한 두려움을 잃었고, 루카셴코는 그의 권위를 잃었다”며 “진압 경찰들이 아무리 많이 투입돼도, 시민들은 거리로 나오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에서는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994년 대통령이 된 루카셴코는 26년째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번 선거로 5년 임기를 새로 맞게 됐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2위를 한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후보가 실제 승리했다며 루카셴코 대통령의 자진 사퇴와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7일 파업 중인 공장을 찾아 “권력을 나눌 용의가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재선거가 아닌 헌법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헌법 개정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사실상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벨라루스 사태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답답한 상황이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대선 불복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과 관련해 루카셴코 대통령 등 벨라루스 고위 공직자 29명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유럽연합(EU)도 시위를 강경 진압한 인사들을 제재하기로 하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문을 보내고 벨라루스 대선이 합법적으로 치러졌다는 자체 평가를 고수하면서, 서방의 벨라루스 사태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야권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대리인을 맡아온 올가 코발코바(가운데)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6일(현지시각) 당국에 의해 폴란드로 강제 출국당했다고 밝혔다. EPA 연합뉴스
야권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대리인을 맡아온 올가 코발코바(가운데)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6일(현지시각) 당국에 의해 폴란드로 강제 출국당했다고 밝혔다. EPA 연합뉴스

한편 야권이 정권 이양을 위해 창설한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으로 활동해온 올가 코발코바는 이날 자신이 당국에 의해 폴란드로 강제 출국당했다고 밝혔다. 코발코바는 신변안전 위협으로 리투아니아로 출국한 야권 대선 후보 티하놉스카야의 대리인을 맡아왔다. 불법시위 조직 혐의로 15일 동안 구류를 살았던 코발코바는 이날 구치소에서 곧바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으로 이송돼 출국 수속을 밟도록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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