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에펠탑이 보이는 가운데, 조각상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이들은 주로 자유주의 성향의 교육받은 50대 여성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 싱크탱크 장 조레스 재단의 ‘반 마스크’ 관련 연구 결과를 요약해 보도했다. 마스크를 반대하는 이들 중 63%가 여성이고, 평균 연령은 50살이었다. 대부분 고등 교육을 받았다. 현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에 대한 신뢰는 2%에 불과했고, 장 카스텍스 총리에 대한 지지도 3%에 그쳤다. 94%는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51%는 이 정보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사회과학 교수인 앙토니 브리스티엘은 페이스북의 여러 ‘반 마스크’ 그룹을 조사했고, 1천명의 온라인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지난달 말 파리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자유”를 외치며 반 마스크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수도 근교에서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정부의 간섭을 좋아하지 않는 ‘자유 사상가’로 묘사하며, 공공기관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었다. 이들 중 87%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책임질 때 사회가 더 잘 작동한다고 답했고, 95%는 정부가 일상 생활에 너무 간섭한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이른바 ‘노란조끼’ 운동도 지지했다.
정치적으로는 두루 포진해 있지만, 약간 우파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들은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의 대선 1차 투표에서 총 40%가 기권하는 등 투표를 하지 않았고, 20%는 강경 좌파인 장 뤼크 멜렌촌 후보에게, 27%는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에게 투표했다. 정치적 엘리트나 전통 정당을 거부하고 보통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갖고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이들은 음모론에도 관심이 많았다. 90%는 보건부가 백신의 독성을 감추기 위해 이른바 ‘빅 파르마(초대형 제약사)’와 결탁하고 있다고 답했고, 52%는 1997년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암살당했다고 생각했다.
재단은 이들이 마스크에 대해 4가지 주요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는 코로나19 예방에 쓸모가 없고 △호흡을 어렵게 해 오히려 위험하며 △전염병은 끝났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 정부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마스크가 국민을 지배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단은 “이런 네 가지 의견은 과학적 사실과 충돌한다”면서도 이런 의견은 결국 ‘제도에 대한 불신’, ‘제약에 대한 거부’,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