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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남한 면적 20% 태운 미 산불…인간활동 증가가 불길 키웠다

등록 2020-09-13 16:46수정 2020-09-14 02:45

11일(현지시각) 산불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이 미 오리건주 오리건시의 한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구호품 센터에서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오리건/로이터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각) 산불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이 미 오리건주 오리건시의 한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구호품 센터에서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오리건/로이터 연합뉴스

“우리 가족은 모두 망연자실해 있다.”

미 오리건주 매리언 카운티에 사는 토프트네 가족은 지난 8일 마을 근처 산불로 71살 할머니 페기 모소와 13살 손자 와이어트 토프트를 잃었다. 불에 탄 차 안에서 발견된 손자 와이어트의 무릎 위에는 키우던 반려견도 숨져있었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남한 면적의 5분의 1 정도가 불에 타고, 수십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미 서부 지역 산불은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각) <시엔엔>(CNN)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보도를 종합하면,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워싱턴주 등 미 서부 해안 3개 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17명에 이른다. 지난달 중순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당시 사망자와 합치면 26명이다. 현재 짙은 연기 등으로 실종자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서부 3개 주의 피해 면적은 1만9125㎢로 남한 면적(10만210㎢)의 19.1%에 이른다. 지난달 22일 피해 면적(4046㎢) 보다 5배 가까이 커졌다.

12일(현지시각) 오리건 주 피닉스에서 발생한 산불로 베어호 주거단지가 불에 타 공무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오리건/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오리건 주 피닉스에서 발생한 산불로 베어호 주거단지가 불에 타 공무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오리건/로이터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는 주 역사상 1·3·4위 규모의 산불을 포함해 대형 산불만 20여 건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9일엔 두꺼운 연기 탓에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 하늘이 짙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큰 충격을 줬다. 일부 주민들은 “종말이 다가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캘리포니아 오카노건 카운티에 사는 젊은 부부 제이콥 힐런드(31)와 제이미 힐런드(26)는 산불을 피해 트럭을 타고 대피하다 1살짜리 아이를 잃었다. 트럭에 탄 채 구조된 부부 역시 3도의 화상을 입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존재론적 기후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며 “이 지역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을 본 게 불과 2년 전인데 지금 또 다른 산불이 불과 몇 마일 밖에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뒤늦게 화재가 시작된 오리건주는 지난 10일 전체 주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리는 등 산불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종된 사람도 적지 않다. 오리건주 비상관리국의 앤드류 펠프스 국장은 “대규모 사망 사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오후 미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근처 산불로 금문교 일대가 오렌지빛 하늘로 뒤덮여 있다. 캘리포니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각) 오후 미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근처 산불로 금문교 일대가 오렌지빛 하늘로 뒤덮여 있다. 캘리포니아/로이터 연합뉴스

미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되고 있는 이번 화재의 원인을 두고 기후 변화와 인간 거주 지역의 확대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기후 변화의 탓이 커 보인다.

미 서부 지역의 경우 해마다 건기인 8~9월에 자연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데, 날씨가 점점 건조해지면서 산불의 강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역대 최악 산불 1~5위에 올해(1위)와 2018년(2위), 2017년(4위) 등 최근 3~4년이 포함됐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산불을 막아주던 ‘방어 습기’가 약해지면서, 대규모 산불이 드물었던 오리건 주는 경험치 못한 재난을 맞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북쪽에 있는 오리건 주는 상대적으로 강우량이 많아 대규모 산불이 잘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건조한 날씨와 뜨거운 동풍이 맞물려 평소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곳까지 불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서부 해안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주 등의 산불 현황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사진에 나타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서부 해안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주 등의 산불 현황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사진에 나타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인간 활동의 증가는 산불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는 2000년 3400만명에서 2017년 3950만명까지 인구가 증가했다. 17년 만에 인구가 20% 가까이 늘면서 거주 지역이 확대됐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큰 ‘자연-도시 접촉면’(WUI)에 사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30%에 가까운 1130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위해 가스, 전기 등 기반 시설이 깔렸고, 그만큼 산불 위험이 커졌다. 2017년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송전선이 땅에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회사는 산불 위험 지역도 화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주택 건설을 부추겼다. 보험사는 최근 산불 발생이 잦아지면서 보험료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11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동부의 숲이 불타고 있다. 캘리포니아/EPA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동부의 숲이 불타고 있다. 캘리포니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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