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증가에 항의하는 라이베리아 여성들이 지난 8일 수도 몬로비아에서 열린 성폭력 대처 콘퍼런스장 앞에서 탄원서를 낭독하고 있다. 몬로비아/EPA 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정부가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성폭행이 급증하자, 나이지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성폭행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1일 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성폭행에 대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적인 성범죄자 등록소와 성폭행 전담 검사제 등이 추진된다. 여성을 상대로 한 젠더기반폭력(GBV)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안전 태스크포스(TF)’도 설치할 예정이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성폭행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 성폭행 급증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마거릿 테일러 라이베리아 여성지위향상네트워크 국장은 “지난 6~8월 600건의 성폭행 사건을 파악했다”며 “이는 5월(80~100건)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베리아는 그동안 성폭행에 대해 관대한 처분이 이어져왔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인구 450만명의 라이베리아에서 2015년 803건의 성폭행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단 2%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가벼운 처벌과 14년간(1989~2003) 지속된 내전 등이 빈번한 성폭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성폭력 등이 폭증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 기간 동안 성폭행이 3배나 증가하자 지난 6월12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봉쇄 기간 젠더 기반 폭력이 증가하자 이를 또 다른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유명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지난 8일 수도 몬로비아에서 열린 성폭력 대처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몬로비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