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남한 면적 20% 태운 미 산불…인간활동 증가가 불길 키웠다

등록 2020-09-13 22:15수정 2020-09-14 02:45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동부의 숲이 불타고 있다. 캘리포니아/EPA 연합뉴스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동부의 숲이 불타고 있다. 캘리포니아/EPA 연합뉴스

“우리 가족은 모두 망연자실해 있다.”

미국 오리건주 매리언카운티에 사는 토프트네 가족은 지난 8일 마을 근처 산불로 71살 할머니 페기 모소와 13살 손자 와이엇 토프트를 잃었다. 불에 탄 차 안에서 발견된 와이엇의 무릎 위에는 키우던 반려견도 숨져 있었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남한 면적의 5분의 1 정도가 불에 타고, 수십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지난달 시작된 미 서부 지역 산불이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 산불 언급을 자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4일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12일 <시엔엔>(CNN)과 <뉴욕 타임스>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미 서부 해안의 초대형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캘리포니아주 20명, 오리건주 10명, 워싱턴주 1명 등 모두 31명에 이른다. 짙은 연기 등으로 실종자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서부 3개 주의 피해 면적은 1만9125㎢로 남한 면적(10만210㎢)의 19.1%에 이른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주 역사상 1·3·4위 규모의 산불을 포함해 대형 산불만 20건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9일엔 두터운 연기 탓에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 하늘이 짙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큰 충격을 줬다. 일부 주민들은 “종말이 다가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존재론적 기후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며 “이 지역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을 본 게 불과 2년 전인데 지금 또 다른 산불이 불과 몇마일 밖에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뒤늦게 화재가 시작된 오리건주는 지난 10일 전체 주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오리건주 비상관리국의 앤드루 펠프스 국장은 “대규모 사망 사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되고 있는 이번 화재의 원인을 두고 기후 변화와 인간 거주 지역의 확대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미 서부 지역의 경우 해마다 건기인 8~9월에 자연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데, 날씨가 점점 건조해지면서 산불의 강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역대 최악 산불 1~5위에 올해(1위)와 2018년(2위), 2017년(4위) 등 최근 3~4년이 포함됐다.

산불을 막아주던 ‘방어 습기’가 약해지면서, 대규모 산불이 드물었던 오리건주는 전례 없는 재난을 맞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북쪽에 있는 오리건주는 상대적으로 강우량이 많아 대규모 산불이 잘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건조한 날씨와 뜨거운 동풍이 맞물려 화재 피해가 커졌다.

인간 활동의 증가는 산불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주는 2000년 3400만명에서 2017년 3950만명까지 인구가 증가했다. 17년 만에 인구가 20% 가까이 늘면서 거주 지역은 확대됐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큰 ‘자연-도시 접촉면’(WUI)에 사는 이들은 1130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위해 가스, 전기 등 기반시설이 깔렸고, 그만큼 산불 위험이 커졌다. 보험회사는 산불 위험 지역도 화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주택 건설을 부추겼으나, 최근 산불 발생이 잦아지면서 보험료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