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7일(현지시각)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에서 부통령 후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7일 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90분 동안 격돌했다. 대선 국면을 바꿀 만한 이슈는 없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끼어들기로 아수라장이 됐던 지난달 29일 첫 대선 후보 토론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질서가 유지됐다.
가장 불꽃이 튄 주제는 코로나19였다. 해리스는 펜스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팀장인 점을 환기하면서 “미국인들은 우리나라 역대 행정부 가운데 가장 큰 실패를 목격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팬데믹의 실체를 알고도 은폐했다”고 몰아붙였다. 펜스는 트럼프가 코로나19 초기에 중국발 미국 입국을 막았다며 “바이든은 그 결정을 외국인 혐오라며 반대했다”고 반격했다. 펜스는 또 바이든이 내놓은 코로나19 대책이 트럼프가 해온 것과 유사하다면서 “바이든이 좀 아는 표절같이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198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연설문 표절 논란에 휘말렸던 것을 조롱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놓고도 해리스가 “과학자들이 지지한다면 백신을 맞겠지만 트럼프가 맞으라고 한다면 안 맞겠다”고 말하자, 펜스는 “백신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다. 사람들의 목숨을 놓고 정치 행위를 하지 마라”고 들이받았다.
트럼프가 벌인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충돌지점이 됐다. 해리스는 무역전쟁으로 미국 제조업 일자리와 농가 수출이 줄었다며 “당신은 무역전쟁에서 졌다”고 했다. 이에 펜스는 “우리더러 졌다는데, 바이든은 중국이랑 절대 싸우지 않았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중국 공산당의 치어리더였다”고 반박했다.
펜스와 해리스 모두 진행자인 수전 페이지 <유에스에이 투데이> 워싱턴지국장의 질문과 무관한 답변을 하거나, 민감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펜스는 ‘(11월3일) 대선에서 트럼프가 질 경우 평화적 권력 이양을 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직접적 답변을 피한 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한다면 트럼프가 재선할 것이라고 믿는다”고만 말했다. 해리스 또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이 의회에서 인준받으면, 대법관을 증원할 것이냐’는 펜스의 추궁에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74살)와 바이든(77살)의 나이를 고려할 때 대통령 유고시 보호장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펜스와 해리스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은 “약간의 사소한 끼어들기와 제한 시간 위반이 있었지만, 올 들어 드물게 정상적인 대선 정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다”고 부통령 토론을 평가했다. <시엔엔>(CNN)이 이날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 6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가 잘 했다는 답변이 59%로, 펜스가 잘했다는 응답(38%)보다 높게 나왔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마련된 이날 토론 무대에는 최근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고려해 두 후보 사이에 투명가림막이 설치됐다. 부통령 토론은 이날 한 차례로 끝나고, 대통령 후보 토론은 15일과 22일 대통령 두 차례 더 예정돼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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