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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강도 퇴치하랬더니 강도질…나이지리아 경찰부대 해체

등록 2020-10-13 04:59

중대 강력범죄 대응하려 1992년 창설
‘강도퇴치 특수부대’ 해산 명령

새 옷·고급차 젊은이들 붙잡고
고문·불법구금·폭행 악명 높아
해체 요구 거세차 대통령 결정
지난 9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시민들이 강도퇴치 특수부대인 ’사스(SARS)’의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 시위자는 ’모던한 것이 범죄는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라고스/EPA 연합뉴스
지난 9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시민들이 강도퇴치 특수부대인 ’사스(SARS)’의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 시위자는 ’모던한 것이 범죄는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라고스/EPA 연합뉴스
고문과 강제구금, 폭행으로 악명 높은 나이지리아의 경찰 특수부대가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결국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무장강도 퇴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 특수부대는 절도 사건이나 속도 위반 사건까지 관여해 시민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하고, 뒷돈을 요구하는 등 나이지리아 사회의 오랜 골칫거리가 돼 왔다.

무함마드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 경찰의 특수부대인 강도퇴치특수부대(SARS·사스)를 즉각 해산하라는 특별 명령을 내렸다고 <가디언>과 <비비시>(BBC) 방송 등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스는 해체되고 부대원들은 다른 경찰 조직으로 이관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나이지리아 전역에서는 사스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지난 3일 남서부 항구도시 라고스에서 한 청년이 시위 도중 살해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스 해체 요구는 더욱 확대됐다. 나이지리아 누리꾼들은 온라인에 #EndSARS(#사스해체) 메시지를 올리며 정부를 압박했다.

사스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7년 나이지리아의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이 사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스 해체를 요구했고, 정부는 문제를 부인하다가 결국 ‘사스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6월 공개한 ‘나이지리아, 면책특권을 끝낼 시간’이라는 제목의 130쪽 자리 보고서를 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사스에 의해 수감되거나 폭행 당한 82명의 피해 사례가 등장한다. 사스는 강도뿐 아니라 절도나 사기 사건까지 관여했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하게 한 채 장기 구금하고, 폭행하거나 고문을 가했다.

2017년 노트북 절도 혐의로 체포된 미라클 오눼(23)는 40일 동안 물과 음식을 공급받지 못했고, 함께 구금된 이들 중 8명이 굶어죽었다고 앰네스티에 증언했다. 아마추어 권투선수로, 2018년 사스에 의해 강도 혐의로 체포된 선데이 방(24)은 5주 동안 가족이나 변호사 접견을 하지 못한 채 고문실에서 다리와 팔을 집중 폭행당했다. 그는 진짜 범인들이 붙잡히고도, 고문의 흔적인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가족들이 55달러를 사스에 낸 뒤에야 석방됐다.

지난 9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한 시민이 차량에 걸터 앉아 ’사스(강도퇴치 특수부대)는 나의 적’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라고스/EPA 연합뉴스
지난 9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한 시민이 차량에 걸터 앉아 ’사스(강도퇴치 특수부대)는 나의 적’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라고스/EPA 연합뉴스
길거리나 술집에서 새 옷을 입거나 고급 차를 탄 젊은이들도 사기 혐의나 과속 혐의로 사스에 붙잡혔고 구금이나 기소를 피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내야 했다. 최근 일부 시위대가 “모던한 것이 범죄는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행진을 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최근 나이지리아 당국은 사스의 검문검색과 바리케이드 설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사스는 1992년 무장강도 등 중대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경찰 특수부대로 창설됐다. 나이지리아는 무장 강도들이 떼를 지어 한 마을을 공격하거나 공공연하게 사람들을 납치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2018년 나이지리아 북부 카두나주의 한 마을은 강도떼에 습격당해 어린이 등 50여명 이상 숨지기도 했다. 이들에 대응해 막강한 화력과 기동력을 가진 특수 경찰이 필요했다.

사스 설립자인 시메온 단라디 미덴다 전 경찰청장은 2017년 나이지리아 언론 <뱅가드>와 인터뷰에서 “사스의 성공 비결은 ‘얼굴 없는 활동’이었다”며 “사복 차림으로 일반 차량을 타고 소리없이 무장강도들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사스는 검은 제복을 입은 채, 작은 범죄에 매달려, 시민을 구금해 고문하고 뒷돈을 챙기는 악명 높은 ‘도적집단’으로 변질됐다.

앰네스티는 사실상의 ‘면책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분석했다. 앰네스티는 보고서를 통해 “사스 대원들은 고문과 학대를 해도, 거의 조사받지 않고 기소된 적도 없다”며 “사스에 대한 개혁은 이들을 법정에 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국제 앰네스티가 지난 6월 공개한 ’나이지리아, 면책특권을 끝낼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표지. 강도퇴치 특수부대의 문제점을 정리했다.
국제 앰네스티가 지난 6월 공개한 ’나이지리아, 면책특권을 끝낼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표지. 강도퇴치 특수부대의 문제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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