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각)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대선 전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을 하고 있다. 내슈빌/UPI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11월 3일 대선 전에 바이든을 면전에서 흔들어댈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첫 토론 때보다 얌전했고, 바이든도 트럼프의 공세에 휘청이지 않았다. 첫 토론이 트럼프의 끼어들기로 아수라장이 된 뒤 대선 토론위원회는 후보자의 2분 답변 시간 동안 상대방 마이크 음소거를 하는 새 규정을 마련했고, 두 후보 모두 90분 동안 이를 잘 따랐다.
국가안보 주제에서 북한 문제를 놓고 한동안 공방이 벌어졌다. 진행자가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가 좋다고 자랑해온 것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고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기느냐’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는 “아니다”라면서 자신 덕분에 북한과 전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약 970만명인 서울 인구를 “3200만명”이라고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핵 능력을 축소하는 데 합의하는 것”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전제조건이라고 답하면서도, 북한과 트럼프를 비난하는 데 무게를 뒀다. 바이든은 김 위원장을 “폭력배”(thug)라고 두 차례 말하고, “우리는 히틀러가 유럽 침공을 하기 전까지는 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 기업에서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파고 들려 했다. 최근 보수 매체 <뉴욕 포스트>는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에서 임원으로 일하던 헌터가 당시 부통령이던 아버지와 이 회사 인사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이메일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토론에서 “나는 우크라이나, 러시아에서 돈을 안 받지만 바이든은 받는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의혹을 거론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평생 어떤 외국에서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중국에 비밀 은행계좌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세금신고서를 공개하라고 맞섰다.
바이든은 코로나19 대응을 놓고 트럼프를 몰아세웠다. 그는 “그처럼 많은 죽음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든 미국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가 고비를 넘겼다”며 “학교와 식당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토론 때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하지 않아 후폭풍을 받은 트럼프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제외하고 나보다 흑인 공동체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한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이 방(토론장)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에 바이든은 “여기 있는 링컨은 현대사에서 가장 인종주의적 대통령”이라며 “그는 모든 인종주의 불에 기름을 붓는다”고 반격했다.
트럼프는 워싱턴 정치에 첫발을 들인 지 47년 된 바이든을 무능하고 부패한 기성 정치인으로 색칠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바이든이 정책 비전을 설명할 때마다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8년 동안엔 왜 안 했냐”고 되물었다. 바이든은 자신을 트럼프와 대비되는 ‘품격의 리더’로 부각하려 했다. 그는 “대선 투표용지에 미국의 성품과 품위, 존중이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대선을 12일 앞두고 열린 이번 토론은 판세를 흔들 큰 변수는 못 될 것으로 보인다. <시엔엔>(CNN)이 이날 토론회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잘했다는 응답이 53%, 트럼프가 잘했다는 답변은 39%로 나왔다. 지난달 토론 때는 바이든 60%, 트럼프 28%였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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